도덕성 검증, 2012년 대선 좌우할까?
최근 이벤트 효과는 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재역전되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원장의 과거 최태원 SK회장 구명 경력, 대한민국 1%급 구성원들로 관심 받는 브이소사이어티 활동, 금산분리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비판받은 브이뱅크 참여 문제 등을 공격했다.
반면 박근혜 후보 역시 얼마 전 박정희 대통령의 5.16 합리화 발언과 최근 4.11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헌금 사건으로 비슷한 시기에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원장의 공식출마 이전이기는 하지만 여야간 도덕성 공방이 심화되면서 과연 이번 선거에서 도덕적 검증 쟁점이 선거의 핵심변수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는 유권자 여론을 고려할 때 도덕적 이슈가 2012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첫째, 도덕적 이슈는 다른 이슈에 비해 과거 행적에 대한 평가라는 '시점상의 퇴행성' 과 함께 이성적 평가 이전에 정서적 반감을 자극하는 '네가티브 선거운동'과 친화적인데 최근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정권심판론'이나 '친노심판론'과 같은 과거 행적에 맞춘 회고투표 캠페인, '네가티브 폭로전'의 한계는 충분히 확인되었다.
둘째,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 공히 '신뢰' 기반이 강한 인물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가 2012년 실시한 10명의 대선주자 신뢰도·영향력 조사에 따르면 이들 두 후보만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2007년 대선에서 승복의 정치를 보여주고, 원칙과 신뢰를 앞세워 야당 대신 '세종시' 원안을 지킨 박근혜 후보의 경우, 선거 때마다 선거불복과 이합집산을 보여 준 야당 후보의 비판이 제대로 먹힐 리 없다. 지난 역대정부에서 '기업프렌드리'만을 고수해온 세력으로부터 제기되는 안철수 원장의 사회적 책임의식에 대한 공격이 오래전 '안철수 백신'의 혜택을 체험한 유권자에게 쉽사리 납득되기 어렵다.
도덕성 검증보다 정치검증, 상대검증보다 자기 검증이 우선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을 고려하면 상대후보에 대한 검증보다 자신의 치명적 약점에 대한 자성과 해결이 경쟁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박근혜 후보의 약점은 무엇인가? 박근혜의 약점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원칙과 신뢰'가 '누구'를 위한 원칙과 신뢰일까에 대한 의문에 있다. 최근 필자가 진행한 수도권 3040세대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야당 지지층에서조차 박근혜 후보의 정치력은 인정하지만, 결국 기득권 이익을 대변할 것이라는 불신이 뿌리 깊다.
반면 안철수 원장의 약점도 뚜렷하다. 1년여 전 안풍이 불 때부터 반복되어 온 문제, 즉 정치경험과 정치적 지지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56%가, 안철수 지지자 중에서도 42%는 정치적 경험부족과 세력부족으로 대통령 역할을 제대로 못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답했다. 야권후보와 단일화하라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안철수의 차별화된 생각'보다 '안철수의 현실적 힘'을 입증해달라는 주문이다.
2012 대선의 승부는 도덕성 이슈보다 정치 본연의 쟁점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접근시각의 변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