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12년 대선 D-6개월, 변수 총점검 ⑥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정권재창출 적극협조한 현재권력은 없었다

  • 2012-06-25
  • 정재철기자 (내일신문)
현직 대통령, 갈등 끝에 모두 탈당 … 갈등 격렬하면 정권교체에 기여

이명박-박근혜 모호한 균형관계 … 여당발 특검 갈등 촉발시킬 수도

 

"권력은 부모 자식 간에도 나눌 수 없다." 권력에 관한 이 절대명제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사이에서도 통한다. 한국현대정치사에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은 언제나 '위태로운 동거'로 출발해 '비극적 결별'로 끝났다. 그리고 그 결별과정은 미래권력의 대선길에 변수로 작용했다.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그리고 임기 이후를 보장받고 싶어하는 현재권력과,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하는 미래권력이 선거날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권력은 노골적이건, 아니면 묵시적이건 대선에 개입한다. 후보만들기에 간여하기도 하고, 엉뚱하게 야권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여권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한다 해도 망하게 할 수는 있다'고 협박카드를 내민다. 그러나 현재권력의 이런 의도는 거의 관철되지 못했다. 선거로 갈수록 현재권력의 존재감이 미미해지기 때문이다.

 

대선시기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갈등은 정권재창출 이후로도 이어진 것도 일종의 법칙이 됐다. 문민정부 시절의 노태우·박철언씨 구속, 참여정부 시절의 박지원 구속 등이 대표적 사례다.

 

◆대선시기의 갈등, 집권 후로 이어지기도 = 1987년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은 한명도 예외없이 미래권력과의 갈등 끝에 탈당을 하는 전례를 남겼다.

 

1992년 노태우 대통령은 당시 민자당 대선후보였던 김영삼(YS) 후보와 첨예하게 갈등하던 끝에 대선을 3개월 앞두고 탈당했다. 관권선거 의혹과 노 대통령 사돈인 SK그룹에 대한 특혜 의혹 등이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노 대통령은 탈당 후 여당의 선거자금 창구역할을 했지만, 선거에 직접 간여하지 않았다. 후보와 청와대는 오히려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대선을 불과 한달 앞둔 1997년 11월 탈당했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 친인척비리 사건과 환란사태 등에 대한 부정여론을 극복하기 위해 한나라당으로 개명하고 김 대통령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이미 이회창 후보와 갈등이 깊을대로 깊어졌던 YS는 탈당 직전 대선중립을 선언했고, 이인제 캠프에 사람을 파견한다. 또한 선거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김대중 후보의 노태우비자금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뤄버린다. YS와 이회창 후보의 갈등이 정권교체에 작게나마 힘을 보탠 셈이 됐다.

 

당시 YS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DJ 비자금 수사 연기는 선거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며 "YS와 이회창 관계는 현직 대통령이 당선은 못시켜도 떨어뜨릴 수 있다 것을 확인시켜 준 좋은 전례"라고 회고했다.

 

2002년 5월 김대중 대통령의 탈당은 여당과의 갈등 때문만은 아니었다. 각종 게이트와 세 아들의 비리 연루 의혹에 고심하던 김 전대통령 스스로가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대선과정에서 노무현 후보측에서는 '청와대가 흔들고 있다'는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 참여정부 출범 후 DJ청와대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씨가 구속된 것은 대선과정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2월 탈당도 여권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탈당 전부터 여권 대선후보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노 대통령은 대선시기 정동영 후보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대선에서 정 후보가 530만표의 큰 표차이로 패배한 이면에는 친노유권자들의 외면도 한몫 거든 셈이 됐다.

 

 

◆"박근혜, 후보되면 차별화 불가피" = 임기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은 정작 대선이 본격화 되면서 오히려 미묘한 균형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MB와 박근혜측 사이에) 지금은 일정하게 타협이 된 상태"면서 "MB는 차기 안전보장이 가장 중요하고, 박근혜 전대표는 MB랑 대결하는 순간 보수층의 균열과 지지층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선거학회장인 김 욱 배재대 교수도 "대통령은 임기 말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세력"이라며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완전히 갈등하거나 완전히 하나로 가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쪽으로 균형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며 분석했다.

 

야권의 전략전술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야당이 현정권의 실정을 제대로 물고 늘어지면 박근혜도 떠밀려 갈텐데 야당이 그렇게 못하니까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쪽(야권) 창끝이 무딘데 굳이 그쪽(여권)에서 알아서 차별화하자고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의 균형점이 6개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정권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야당의 심판론이 설득력을 얻으면 여권 내부에서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MB정권으로부터의 소외'를 내세워 정권심판론을 희석시켜온 새누리당 박근혜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MB와의 동질화'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민간인불법사찰 문제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 크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근혜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순간 여당과의 동질화가 시작된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차별화 하는 게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