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승부는 51대49에서 갈렸다. 4.11 총선개표 결과 새누리당이 1당은 물론 과반의석인 150석을 넘겼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총선에서 전국적 야권연대를 이루고 새누리당에 1:1로 맞섰으나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새누리당에 1당을 내준데 이어 12일 0시 기준으로 의석수와 정당득표율에서 모두 보수진영에 뒤졌다. 12일 0시 기준으로 보수 진영(새누리, 자유선진, 친여무소속)은 159석(53%)을 진보 진영(민주, 진보, 친야무소속)은 141석(47%)를 차지했다. 정당 득표율에서도 진보진영은 49%로 보수진영(51%)에 뒤졌다.
수도권에서 멈춰선 박근혜
이번 총선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해에 치러지는 선거로 '정권심판론'이 기본구도였는데, 새누리당은 보수진영의 확고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과 이명박 대통령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거에 대한 심판 대신 미래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고, 전국적 야권연대에 맞서 신승을 일궈냈다.
양적으로 볼 때 특표율과 의석수에서 모두 야권연대의 패배라고 할 수 있지만 질적으로는 과거의 선거와 뚜렷하게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야권연대가 완승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서울의 경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내준 대부분의 지역구를 되찾아 왔다. 새누리당은 강남벨트 외에 은평을, 양천갑·을, 노원갑, 서대문을, 강서을, 강동갑 등 16곳에서 겨우 이겼다. 민주통합당은 18대 7석보다 23석이 많은 30석을 차지했고, 통합진보당은 노원병과 관악을에서 승리하면서 수도권 지역구 돌파에 성공했다. 그러나 야권연대는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힘을 잃었다. 전국의 선거 결과를 그린 지도에서는 이런 특성이 뚜렷이 나타난다.
새누리당이 신승을 거둔 것은 전체 의석이 67석이나 되는 영남권에서 야당의 도전을 뿌리치고 싹쓸이 하다시피 수성한 데 따른 것이다. 강원을 싹쓸이 하고 충청권에서도 자유선진당을 대체하면서 선전한 요인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부산은 결코 새누리당이 안심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번 총선 기간동안 부산을 5차례나 방문했는데 그만큼 야당의 바람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야권은 부산 대부분의 지역에서 40%대 득표율을 보여주면서 당선권 직전까지 육박했다. 그만큼 지역주의가 힘을 잃고 있다는 증거다.
수도권에서 야권연대와 정권심판론이 힘을 발휘했다면 농촌과 도농복합지역, 영남권에서는 '박근혜 효과'가 큰 힘을 발휘했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 이념공세도 영남권과 도농복합지역에서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의미에선 6,70년대의 '여촌야도(與村野都)가 재현된 것처럼 보였다. 이는 박 위원장 입장에선 대선으로 가는 길의 최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단조로운 정권심판 대신 2040세대를 투표장으로 이끌 정책 내놨어야
이번 총선은 여야 공히 '정권심판론'이 최대 변수라고 봤다. 올 초 까지만 해도 당시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패배를 기정사실화했다. 위기감이 상당해 내홍도 극심했고 결국 당명까지 바꾸고 실제 변화 여부와는 관계없이 정책에서도 뭔가 변화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을 내세워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한 것이 큰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에 맞설 강력한 대선후보가 없었다거나, 야권연대 과정에서의 잡음, 김용민 후보의 '막말파동'도 야권의 패배에 영향을 끼쳤겠지만, 이런 '실수'는 선거판에서 으레 있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근본적 반성 지점이 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야권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총선에서 전국적 야권연대를 성사시켰으나 단조로운 정권심판 이외에는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주요한 패인으로 보인다. 정책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해 새로운 젊은 유권자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이는 '무상급식'이 주제였던 2010년 지방선거와도 뚜렷이 대비된다. 일반적으로 총선이 지방선거에 비해 5% 이상 높은 투표율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10년 지방선거와 다르지 않은 투표율은 야권으로서는 치명적이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이번 총선 결과는 박근혜 대표의 힘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야권의 한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형식적이라고 해도, 그리고 야권의 입장에서는 많이 부족할지 몰라도 내부에서 반발이 있을 정도로 경제 민주화 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야권은 후보단일화 문제에 집중하면서 선거쟁점을 주도할 정책을 만들지 못했다"라며 "이제는 '어떤 야권연대'를 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