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MB노믹스 4년①] 민심 추락과 복지 포퓰리즘, 과제는

  • 2012-02-22
  • 이기석기자 (뉴스핌)
高물가·일자리 감소·서민 中企 고통 심화

 

지난 2008년 5년 단임제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오는 25일이면 출범한 지 4주년을 맞는다. 특히 올해는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연말인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지난 1992년 이래 만 20년만에 한 해에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해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체제로 돌입했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집권 5년차의 마지막 해를 맞아 마무리하는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권력교체기 중립적 선거관리와 사회적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특히 경제정책면에서는 유로존 재정위기 등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성장과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온존히 보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경제분야 공약(公約)과 실적을 평가하면서 집권 5년차 과제를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註>

 

이명박 정부는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망라해 모두 90개의 선거공약과 예산집행서를 바탕으로 지난 4년간 주요 경제정책을 이끌어 왔다.

 

경제정책의 근간은 이른바 ‘MB노믹스’(MB Nomics)로 불리는 747 공약과 일자리 300만개 창출이 근간을 이뤘다.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적 염원이 500만표 이상의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을 낳았고 이는 정책추진의 원동력이 됐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리만 브라더스 파산 사태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쓰나미’ 속에서 IMF 이래 다시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고, 이후 2010년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다시 봉착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1월 ‘비상경제정부’ 체제로 국정운영을 전환하고 발빠른 위기극복을 약속한 가운데 이에 맞는 국정쇄신과 일자리 우선 정책을 천명했다.

 

또 이에 맞게 ▲ 경제위기 극복 매진 ▲ 민생을 살피는 따뜻한 국정 ▲ 선진일류국가를 향한 중단없는 개혁 ▲ 녹색성장과 미래 준비 등을 국정운영의 4대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글로벌 위기의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악화되는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국제유가 상승과 물가 급등 사태가 초래됐고, 경제성장 둔화와 내수 침체 속에서 고용 악화와 소득 감소, 비정규직 양산과 자영업자 증가, 그리고 가계부채 증가의 불안이 지속됐다.

 

이에 따라 ▲ 성장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등의 747 ▲ 일자리 300만개 창출 및 양극화 해소 ▲ 혁신형 중소기업 5만개 육성 및 50만개 일자리창출 ▲ 기름값 통신비 사교육비 절감 등 서민생활비 30% 감축 및 서민 세부담 완화 ▲ 예산 20조원 절감 ▲ 아파트 분양원가 인하 및 50만 주택건설 등 서민주권 및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의 주요 공약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청와대는 국정과제1비서관실을 통해 21일 <이명박 정부 4년의 성과와 변화>라는 책자를 내놓으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지난 4년은 미국발 세계 금융대란으로 시작된 위기와 그에 대한 극복의 역사였다”며 “우리경제의 높은 해외의존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가, 물가 및 실업률 상승을 초래하여 국내 경제의 위기가 초래됐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한중일 통화스왑 체결 등 외환시장 조기안정, 예산의 조기집행과 녹색성장, 청년 인턴제와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을 통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그렇지만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도 수출 호조세,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선진국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고 있고 거시경제 지표도 좋아지고 있다”면서도 “고통을 겪는 서민들의 체감도가 낮고 복지 포퓰리즘 논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 및 에너지 자원 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 신뢰 추락: 고물가, 일자리 감소, 서민 중소기업 고통 심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크게 낮아졌다. 지난 1월말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5.2%에 그쳤다. 국민들 1/4만 지지하는 수준으로 급추락한 것이다.

 

국정지지도면에서 보면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500만표 이상으로 당선됐던 시절은 과거의 영화가 됐다. 글로벌 위기를 고려해야겠지만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들의 염원 속에서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구호는 공수표가 된 셈이다. 되레 ‘경제를 망쳐놨다’는 비아냥마저도 들린다. 기대와 희망이 실망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한 가운데 국격 상승, 한미 등 FTA 및 무역 1조달러 달성, 한미동맹 강화 등의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경제 양극화, 소통 부재, 남북관계 경색, 회전문 인사, 측근 및 친인척 비리, 독단적 4대강 사업 추진 등 부정적인 시각도 팽배하다.

 

국책연구기관으로 한국 정부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1일 <이명박 정부 출범 4년, 경제적 성과와 향후 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최대 경제적 성과로 급부상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꼽았다.

 

KDI는 ▲ G20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 ▲ 개발원조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 ▲ 금융위기 속 국가신용등급 상승 ▲ 한국형 원전수출 제시 ▲ K-Pop 한식 등 한류문화의 세계화 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 위기 속에서 4년간 3%대 성장 ▲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 ▲ 무역 1조달러 시대 개막 등을 해냈다며 ▲ 물가 안정과 금융 외환시장 안정, 그리고 일자리 창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 복지예산도 역대 최고인 92조원대로 늘리면서 사회안전망 확충을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KDI는 이명박 정부가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했으나 고유가 등 외부 여건 등으로 고물가 행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둔화로 투자 및 소비심리 위축되면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함에 따라 서민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실토했다.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인 연세대학교 경제학부의 김정식 교수는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기업의 국내 투자가 감소하면서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다”며 “생활물가가 높아지면서 서민들이 어려워지고 있고 부동산가격 상승, 대중소기업간 임극격차 확대로 자산 및 근로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여야 막론 이명박 정부 실정 성토

 

전반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 국정운영 성과가 국민들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는 것으로 나오면서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 득세를 하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공식적인 당운영을 하지 못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사태까지 몰리면서 당명조차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등 정치권 쇄신과 함께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통해 기존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위원은 21일 정책쇄신분과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명박 후보가 발표한) 747 공약은 정말로 허무맹랑한 공약”이라며 “정부 역시 그 때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며 맹비난했다.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의 이용섭 의장은 21일 “시대에 맞지 않는 MB노믹스를 강행해 저성장과 고물가, 사회양극화 심화, 일자리 감소로 민생경제가 파탄났다”며 “경제가 어려운 데도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 등 불요불급한 국책사업을 강행하여 재정건전성도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성장, 수출, 대기업, 부자기득권, 수도권 중심 등 잘못된 MB노믹스의 5대 중심론으로 내수, 복지, 중소기업, 서민, 지방이 소외되었고,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이 실종되어 계층간 지역간 산업간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적자예산을 편성함에 따라 국가채무가 2011년 435조원으로 4년 전보다 137조원이 증가했으며, 소비자물가가 4%대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아파트 전세가격과 휘발유 가격 등이 급등하여 전세난민이 속출하는 한편 가계부채도 900조원에 달하는 심각한 사태를 낳았다는 비판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4년간 ▲ 연평균 3.1% 성장 ▲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 세계경제순위 15위 ▲ 코스피(KOSPI) 주가지수 14.5% 상승 ▲ 연평균 일자리 20.3aksq명 증가 ▲ 여성일자리 6.6만명 증가 ▲ 청년실업률 7.7% 등 참여정부의 경제성과에도 못미쳤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용섭 의장은 “이명박 정부는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의 경제규모 등 747 공약을 내세웠으나 지난 4년간의 경제성적표는 공약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초라한 경제성적표”라며 “이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하는 참여정부의 성과에도 크게 못미치는 낙제점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747 공약은 정권 출범 초기 이미 좌초하는 운명에 처했으며 대통령 공약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한테 솔직하게 궤도수정에 대한 이해를 구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며 “특히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여당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여서 정책추진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