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지지율보다 ‘혐오감’이 더 결정적 선거변수

  • 2012-01-05
  • 특별취재팀 (내일신문)
최근 선거에서 야당에 승리안긴 '숨은 표심'으로 작동

20대·40대의 한나라당 호감도 2점대 … '충격 낙제점'

 

'나는 꼼수다' 2011년을 대표하는 문화코드 중 하나인 '나는 꼼수다'는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이라는 비틀기를 통해 여권에 대한 혐오감을 가감없이 드러냈고, 대중들은 열광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특별공연 당시의 '나꼼수' 4인방 모습. 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2010년 6·2 지방선거 직전 쏟아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를 15%p 가량 앞섰다. 하지만 결과는 0.4%p 격차의 초박빙이었다.

 

지난해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도 여론조사는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최문순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예측과 실제 결과의 격차는 20%p 수준이었다.

 

더구나 선거 당시 한나라당 지지도는 민주당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나라당 패배했고, 승리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챙겼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 지지율는 이제 더 이상 (승패 예측의) 유용한 지표가 아니다"며 "해당 정당을 지지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당을 싫어하느냐가 투표행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2006년엔 열린우리당, 2010년엔 한나라당에 "싫어" = 김 교수는 2010년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한 논문 '6·2지방선거 분석 - 집합자료 결과와 유권자 투표행태를 중심으로'를 통해 투표를 결정하는 '혐오성의 법칙'을 추적했다.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의 2010년 여론조사 결과 싫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각 정당의 혐오점수는 △한나라당 7.23점 △민주당 5.64점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선거학회 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의 혐오점수는 7.30점으로 한나라당의 6.03점을 상회했다. 2006년 열린우리당, 2010년 한나라당의 패배 근저에 혐오감이 있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2010년) 민주당이 정당 득표율이나 정당후보 지지율 모두에서 한나라당에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승을 거둔 이유는 한나라당에 갖는 혐오감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며 "유권자들은 덜 좋은 한나라당 보다 덜 싫은 민주당을 선택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씽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의 분석도 비슷하다. 2010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EAI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패배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잘못해서'가 79.2%를 차지했다. '민주당 등이 잘해서'라는 응답은 11.2%에 불과했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야당이 잘해서 혹은 후보들이 나아서가 아니라 여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거부감, 혐오감이 선거 승패를 갈랐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 3.43점, 민주당 3.89점 = 내일신문이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와 함께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0~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에 대한 선호점수는 10점 만점에 3.43점에 불과했다. 민주통합당은 3.89점으로 조금 더 높았고, 통합진보당은 3.52점이었다. 해당 문항은 '각 정당들에 대해 느끼는 호감 정도를 0에서 10으로 평가해 달라'는 형태로 설계됐고 응답자들에게는 '매우 싫으면 0, 보통이면 5, 매우 좋으면 10'이라는 예시가 제시됐다.

 

3개 정당 모두의 선호점수가 '보통 수준'인 5점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거부감은 민주통합당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한나라당의 선호점수는 세대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60대 이상의 경우 평균이 4.53점이었지만 50대에서는 3.85점으로 떨어졌고 △30대 3.15점 △40대 2.91점 △20대 2.84점 순이었다. 0~2점을 '절대거부', 8~10점을 '절대지지'로 구분하는 통상적인 기준을 적용할 경우 20대와 40대는 한나라당을 절대 거부하는 세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쇄신, 민주당은 통합전대가 승부" = '혐오감'이 승부를 갈랐던 2010년의 경우가 올해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기본적으로는 덜 싫은 민주통합당 쪽으로 표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다른 분석도 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난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총체적 불만이 그것이다. 덜 싫은 민주당으로 갈 표가 제3세력을 찾아 이동할 경우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통합당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여권에 대한 '정권심판론' 뿐만 아니라 여야 전체에 대한 '정치세력 심판론'과 '정치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작동하면 선거구도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게 짜여질 수 있다.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민주통합당이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보다는 좋은 환경이지만 절대적으로 보면 상당히 안 좋다"며 "통합전대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한나라당의 쇄신이 부각되면 야권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과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형준 교수는 "비호감을 호감을 바꾸려면 대담하고 담대한 무엇을 보여줘야 한다"며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보여준 쇄신은 곁가지에 불과하며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호감으로 바뀔 수 없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