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에 실시될 19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계속 제1당 자리에 있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요즘 당 지지율로는 원내 다수당을 꿈도 꾸기 힘들 뿐 아니라, 당 간판을 바꾸는 자구책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리서치의 지난달 전국 4000명 대상 조사 결과, 총선에서 찍고 싶은 후보의 정당은 '안철수 신당' 36%, '한나라당' 24%, '민주당 등 야권' 16%, '모르겠다' 24%였다. 16개 시·도별로는 한나라당이 대구·경북·경남에서만 선두였고 나머지 13곳은 모두 열세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신당을 만들지 않더라도 국민 과반수인 반여(反與) 성향 유권자는 4개월 뒤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 조사 말고도 최근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층이 '마(魔)의 24%' 벽에 갇혀 있는 것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얻은 187만표를 전체 서울 유권자 비율로 환산하면 23%였다. 지난달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대선 후보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 즉 친여(親與) 고정층도 24%였다. 투표 열기가 높아져서 내년 총선 투표율이 70%에 이를 경우 한나라당은 23~24% 지지율로는 전체 투표자 중 득표율이 33% 안팎에 그쳐, 개헌 저지선인 100석(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얻기도 빠듯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2004년 탄핵 역풍 직후 당 대표를 맡아 치른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이라도 지켜달라"고 했던 호소를 8년 만에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고운 것도 아니다. 지지율이 20%에도 못 미치는 야권은 자력 승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철수 바람'과 '야권 통합'에 기대어 승기(勝機)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선 민주당과 친노(親盧) 시민통합당 및 한국노총의 합당(合黨)에 국민 다수인 66%가 '관심 없다'(46%) 또는 '반대한다'(20%)고 했다. 민주당은 전신(前身)인 열린우리당이 '100년 정당'을 내걸었다가 3년 9개월 만에 해체하고 만든 정당이고, 이번 합당에 의해 민주통합당으로 바뀐 것은 2000년 이후 여섯 번째 개명(改名)이다. 한나라당도 1년 전 창당 13주년 기념식에서 "100년 정당으로 뿌리내리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폐업 일보 직전이다. 100년은커녕 국회 임기 4년 동안이라도 국민 다수의 신뢰를 잃지 않고 버티는 정당이 언제쯤 우리 정당사(史)에 나타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