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면서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정당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지난 26일 YTN이 중앙일보, 동아시아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5% 포인트) 결과,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1.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른바 '안철수 바람'이 시작된 지난 9월 말 44.2%에서 두 달 만에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박세일 전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중도정당 건설이나 민주당과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등이 추진하고 있는 야권 통합에 대해서는 ‘관심 없다’는 응답이 각각 65.2%와 45.7%에 달했다.
즉, 제3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지금 여권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보수신당이나 야권 통합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대체 어떤 제3의 정당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안철수 신당’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매일경제신문ㆍ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일과 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신당이 창당하면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응답자 43.0%가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39.8%였다.
또 앞서 지난 11일 발표된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이 탄생할 경우,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6.2%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나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3.4%, 기존 야권은 16%에 그쳤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대체 국민들은 왜 ‘안철수 신당’에 이처럼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의 쇄신과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야권 통합에 대해 기대할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29일 쇄신 연찬회를 열고 당 쇄신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지만, 쇄신의 선봉장 격인 한나라당내 소장파들이 한미 FTA비준안 기습처리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여서 탄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날치기 불참’을 선언했던 이들은 당장 자신의 거취문제부터 고민해야 할 판이다.
야권통합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민주당 역시 내분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진통 끝에 야권통합이 성사되더라도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들이 모두 빠지고 친노세력과 일부 시민단체 등만 결합한 '도로 열린우리당'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야권 통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직은 그 실체조차 불분명한 ‘안철수 신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정작 안철수 신당이 탄생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교수 자신도 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
오죽하면, '안철수' 없는 안철수 신당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정도가 아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박근혜’ 없는 ‘박근혜 신당’격인 ‘친박연대’가 돌풍을 일으켰지만, 그 이후 친박연대는 미래희망연대로 당명을 바꾸었고, 지금은 그 존재감마저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
안철수 없는 안철수 신당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만일 안 교수가 대권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자면 신당 창당을 하거나 기존 정당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문제는 안 교수가 기존 정당으로 들어갈 경우, 지금과 같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설사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점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국민은 사실상로 불가능한 일에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 3정당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정당인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도 믿음직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최선(最善)이 아니라, 차선(次善) 혹은 차악(次惡)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