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비정치인' 안철수 50% 지지율의 의미는?

  • 2011-11-29
  • 곽선미기자 (머니투데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의 주식(37.1%) 중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밝힌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최근 범야권 대권주자로서 과반을 넘어서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초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뜻이 있음을 내비친 직후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55% 가량(국민일보-GH코리아, 9월3일조사)의 지지율을 얻은 바 있지만 대선주자로 조사한 결과에서 50%를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 원장은 28일 중앙일보와 YTN-동아시아연구원(EAI)이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50.1%를 얻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양자대결 구도에서다. 박 전 대표는 38.4%를 기록, 안 원장에 비해 11.7% 포인트 뒤졌다.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1월 넷째주 정례 여론조사에선 안 원장 지지율은 52.5%로 조사돼, 박 전 대표의 37.4%보다 15.1% 포인트 앞섰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9월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검토' 발언과 '후보 단일화' 이후 3개월 동안 그의 지지율은 박 전 대표와 대등했고, 최근에는 아예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의 잠룡 가운데 1대1 구도에서 박 전 대표를 앞지른 경우는 없었으며 50% 지지율을 얻은 전례는 더더욱 없었다. 이런 현상을 일시적인 바람, 즉 안풍(安風)이나 '신드롬'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안 원장의 과반 지지율은 단순 '기대감'에서 '정치적 지지도' 성격으로 진화 발전한 결과라는평가도 나온다. 안 원장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과정에 '반 한나라당 성향'임을 분명히 하면서 야권성향 지지층을 규합한 뒤 정치적 무관심층과 무당파마저 흡수하며 현 지지도를 확보했다. 그의 지지층이 기존 야권지지층에 '무관심+무당파'가 더해져 상당히 견고하다는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표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경선 이후로 △저소득 및 저학력층 △영남지역 △50대 이상(연령)을 고정 지지층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새로운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9일 "다자구도 지지율을 눈여겨 보아야 하는데,애초 안 원장 지지율은 여야 잠룡들이 모두 나온 다자구도에서는 낮은 편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다자구도 및 1대1 구도 모두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산환원 등으로 대권가도를 사실상 걷고 있고 주자로서 그의 지지도를 거품으로 해석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안 원장 지지율 고공행진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으로 태동한 무소속 후보 혹은 제3정당 후보는 처음엔 4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얻지만 대권가도를 완주한 경우가 드물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야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뒷전으로 밀려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에서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 때 1위를 달리기도 했으나 결국 492만여표(19.2%)를 얻는 데 그쳤다. 이 후보는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한 뒤에도 30%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자,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 후보로 15대 대선에 나섰다.

 

또 박찬종 전 의원은 1992년 14대 대선에서 신정당 후보로 나와 151만여표(6.4%)를 얻었다. 17대 대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던 고건 전 총리도 한때 40%까지 지지율이 치솟았지만 완주하지 못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시 여야 후보들을 압도할 정도의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한 데 있다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안 원장의 고공행진도 확실한 대안세력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하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과거 사례와 다른 방향을 진행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윤 실장은 "과거 돌풍을 일으킨 후보들은 1대1 구도가 아닌 3자구도인 경우가 많아 야권에 확실한 대안이 없는 현재와 비교하기 어렵다"며 "기성정치권에 대한 반감에 안 원장의 도덕성, 사회공헌성이 더해진 터라 지지율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