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하루 전 국회를 방문해 "국회가 한·미 FTA 비준 동의를 하면서 ISD 조항에 대해 재협상을 하도록 권유하면 협정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협상을 요구하겠다"고 했고, 미국 행정부의 통상 관계자는 이 제안에 대해 "미국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미 FTA에 관해 한국 측이 제기하는 어떤 쟁점에 대해서도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서 "FTA 발효 후 3개월 내에 ISD 유지 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고 합의했었고, 민주당 의원 87명 중 협상파 45명도 지난 8일 "FTA 비준안 발효 후 3개월 내에 ISD 유지 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받아오면 비준안을 몸으로 막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마련했었다. 이 대통령의 제안과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은 야당의 이런 요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이 한·미 장관급의 서면 합의서를 받아오라는 새로운 요구를 내미는 것은 FTA 비준안 합의 처리는 절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못박아 놓고 핑곗거리를 만들려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설혹 어렵사리 장관 합의서를 들고온다고 한들 민주당이 그다음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과 미국 의회의 확약서까지 받아오라고 할지도 모른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2월 협상을 시작해 2007년 4월 1차 타결됐고, 이명박 정부 들어 미국 쪽 요구로 4개월간 재협상을 벌여 작년 12월 2차 타결이 이뤄졌다. 이번엔 국내에서 ISD 폐기 요구가 나와 양국 정부 간에 세 번째 절충이 이뤄진 것이다. 미국 상·하원은 내년 1월 FTA 발효라는 양국 합의에 맞춰 지난달 FTA 비준안을 먼저 처리했다. FTA는 5년 9개월에 걸쳐 99개 고비를 넘어 이제 우리 국회의 비준안 처리라는 마지막 한가지 절차만을 남겨 놓았다.
야권은 몇 달째 FTA 반대 여론을 확산시켜 왔지만 지난달 말 동아시아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FTA의 조속한 비준에 대한 찬성은 57.7%, 반대는 34.3%였다. 전체 국민의 삶을 좌우할 FTA는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최선(最善)이지만, 그 가능성을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면 차선(次善)의 방법으로라도 마지막 언덕을 넘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