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왜? - 일자리 부족 따른 불안심리가 정부·정치권 불신으로 이어져
취업 실태 어떻길래 - 15세~34세 청년백수 103만
전체 인구의 7.3%로 높아져… 잠재 실업자 포함 땐 눈덩이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의 지난 9일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청년층의 상당수가 각종 괴담을 사실로 믿는 것으로 나타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과 일자리 부족에 따른 불안 심리의 확산이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주요 원인으로 진단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토양이 괴담(怪談)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①100만 청년 백수 시대
올해 초 노동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15~34세 중에서 교육, 훈련, 일 가운데 어느 것도 하지 않는 가운데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무업(無業)자, 즉 '청년 백수'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긴 103만2000명이었다. 이들이 15~34세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5.1%에서 올해 7.3%로 높아졌다.
하지만 여기엔 비정규직과 육아나 가사에 전담하는 등 사실상 실업 상태나 다름없는 '잠재 실업자'는 계산에 빠져 있다. 지난 10월 한국개발연구원의 20대 경제활동 조사에서 이 같은 잠재 실업자는 21.2%, 면접을 보는 등 적극적으로 구직 중이지만 직장이 없는 실업자는 5.4%였다. 20대의 4명 중 1명 이상(26.6%)이 실업 또는 잠재 실업 상태인 셈이다. 30대에도 이같은 통계를 적용할 경우 전체 20·30대 약 1500만명 중에서 400만명가량이 일자리 때문에 고통받는 계층으로 추산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취직할 일자리가 부족할수록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저(低)신뢰 사회일수록 음모론이 설득력 있게 유포된다"고 했다.
②3不(불만·불안·불신)세대
이번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서 떠도는 괴담 10개 중에서 5개 이상 믿는 20·30대는 10명 중 4명가량인 39.1%였다. 괴담을 5개 이상 믿는 20·30대는 성·연령별로는 20대 여성에서 절반 이상인 53.0%에 달했다. 미디어리서치 측은 "괴담에 취약한 청년층에는 20·30대 특성상 실업자나 비정규직 봉급생활자,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30대 중에선 취업자들의 불만도 크다. 지난해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20·30대 취업자들의 대다수(69.8%)가 "본인의 능력과 비교해 임금 수준이 낮다"고 답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의 작년 10월 조사에서도 20·30대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로 '경제 양극화 해소'(32.0%), '삶의 질 개선'(17.0%), '경제성장'(17.0%) 등 주로 경제에 관한 사안이 1~3위를 차지했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대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정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