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정책변화 요구 집단행동 나선 시민들

  • 2011-11-03
  • 박태우기자 (부산닷컴)
"기득권층 못 믿겠다" 불만 폭발

 

 

정책변화 요구 집단행동 나선 시민들 "기득권층 못 믿겠다" 불만 폭발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열렸던 음식업중앙회의 카드수수료 인하 촉구 집회. 부산일보DB

 

음식점에 이어 룸살롱과 학원 종사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동맹 휴업에 돌입한다.

 

유권자시민행동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오는 30일 서울 장충실내체육관에서 5만여 명이 결집한 가운데 카드 수수료 인하 촉구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나머지 직능단체 회원들은 당일 휴업을 통해 카드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로 했다. 이번 휴업에는 유흥주점과 경비업, 마사지업, 안경점 등 60개 자영업종에서 최대 500여만 명이 동참할 예정이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등이 한꺼번에 휴업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은 일이다.

 

중소상인·금융피해자 등 시위 잇따라

소수권익 챙기는 정치권에 비난 쏟아져

 

이에 앞서 지난달 17일 전국의 음식점 업주 7만 명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며 상경 집회를 벌이자 대외 압력에 못이긴 카드업계는 중소가맹점 범위를 늘리고, 수수료율을 일부 인하하는 등의 '성의'를 보였다.

 

이번 시위는 이에 자극 받은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카드업계와 정치권을 더욱 압박해 대기업에 유리하고 서민과 소상공인에는 불리한 현행 카드 수수료 제도를 고치기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수년 전부터 정부와 정치권에 카드 수수료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보이스피싱으로 카드론 대출 피해를 본 이들도 집단 행동에 나섰다. '보이스피싱 카드론 대출 피해자 모임'은 오는 5일 본인 동의 없는 무분별한 대출로 피해를 입힌 카드사에 대한 제재와 피해 보상을 촉구하며 금융감독원 앞에서 공동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직능단체나 사회적 약자들이 집단으로 거리로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이해집단 간의 충돌을 완화해야 할 정치권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의 은행 점거나 한진중공업 정리 해고를 반대하는 '희망버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도 사태 해결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시민들이 집단 행동을 통해 표출한 것이다.

 

한 안경점 업주는 "의약품 슈퍼 판매 논란에서 보듯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위 관료들이 자신들의 출신 직능단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앞장서서 해당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지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이나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같은 국민들의 의식을 반영하듯 올 초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대 71.3%, 30대 76.1%, 40대의 67.1%가 정부와 정치권이 전체 국민의 이익보다 소수의 이익만 대변한다고 응답했다.

 

기득권의 이익 보장에 보다 민감한 정부 정책의 대표성과 형평성에 대한 불만과 냉소가 국민들의 정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법조인 출신 공천 비율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나선 것도 국민들의 이같은 비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처럼 국민들이 집단 행동이라는 실력 과시를 통해 주장을 관철시키는 풍조는 '떼를 쓰면 통한다'는 이른바 '떼법' 논란으로 이어져 사회 갈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김해몽 시민센터장은 "정치권이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해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등 정치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이익 집단들 간의 '파워 게임'으로 치달아 사회 갈등은 격화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