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민주당은 왜 위기에 빠졌나?

  • 2011-10-13
  • 정웅재기자 (민중의소리)
[민주당 어디로 가나 ②] 선거승리 안주 혁신 못해, 리더십 부재 정책도 오락가락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당내 경선장에 모인 민주당 지도부.

 

이명박 정부가 민심을 잃으면서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보궐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 빅매치도 힘겨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시기 대중들의 'MB심판' 정서의 가장 큰 수혜는 지금까지 야당 중 덩치가 제일 큰 민주당에게 돌아갔다. 6.2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25개 구청장 중 21개를 민주당이 차지했고, 인천, 충남, 강원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선거구도로 보면 '정권 심판론'이 기본적인 구도이기 때문에 여당 보다 야당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체로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더 직접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당장 안철수 현상 이후 상황만 봐도 위기의식을 느낀 한나라당 지지층은 더욱 강하게 결집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이완돼 있는 상황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안철수 원장 주요 지지층은 무당파층이었고 지금도 무당파층이 상당한 건 사실이지만, 야당 지지층도 안철수 지지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고 있다"라며 "기존에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안철수나 박원순을 대안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박근혜라는 대안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고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당 내부 주자들이 아닌 당 밖의 인물들에게 주목하는 상황이라면 위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민주당에 표를 주면서도 저변에 깔린 인식은 "한나라당은 싫고 민주당도 미운 건 마찬가지다"라는 정서다. 이는 정당 지지율 20%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한때 10%대였던 민주당 지지율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0%대를 회복했으나 30%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다시 추락하고 있다. 민주당 위기의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선거 승리 안주, 혁신 못해...리더십 부재로 정책도 오락가락

 

제 1 야당으로서 반사이익을 통한 선거승리에 안주해 자기 개혁과 혁신을 하지 못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정한울 부소장은 "중도층과 무당파층은 한나라당에 반대하지만 민주당에도 불신을 갖고 있다. 이 메세지를 읽고 성찰하고 개혁하는 게 우선인데 민주당은 지역구도에서 탈피한 것도 아니고 크게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다"라고 진단했다.

 

윤호중 민주당 전 수석사무부총장(17대 국회의원)도 "민주당은 낡은 기반만 남아있다. 소위 지역기반만 남아있는데, 지역주의 정치성향은 점점 옅어져 가는 상황에서 지역기반만 붙잡고 있다 보면 결국 당세는 줄어들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덩치가 제일 큰 야당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각종 선거에서 선전하게 됐다"라며 "민주당의 지지율은 내용적으로 허약한데 지지기반 확충으로 과잉평가한 부분이 있고 그러면서 혁신과 변화를 통해 민심을 정당운영에 반영하려는 기회를 놓치고 지금까지 왔다"라고 밝혔다.

 

확고한 리더십이 부재하면서 정책적으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 것도 신뢰를 실추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학등록금, 한미FTA, 주택문제 등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고 실천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용두사미로 귀결되거나, 다른 야당과 정책합의를 무시하고 여당과 타협하려다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지지기반 확대를 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민주당의 정책과 차별성이 옅어지기까지 했다.

 

문호개방을 통한 외연확장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시절부터 민주당은 외부인사 수혈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면서 성장해왔는데, 근래에는 시민사회와 노동운동 영역 등의 흐름을 수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윤호중 전 의원은 "민주당의 위기는 외연확장과 더불어 대중 참여를 흡수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야권의 '소통합(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통합)' 추진 과정에서 민주당은 야권의 맏형이면서도 안으로는 혁신을 하지도 못하고, 밖으로는 사실상 통합논의에서 종속변수가 되는 등 맥을 못 췄었다. 또 야권연대 과정에서도 야권연대 맏형으로서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야권을 끌어안으려고 하기 보다는 열매를 독식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단 소통합 논의가 좌초되면서 민주당은 야권대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통합 보다는 혁신이라는 지적이다. 당이 변해야 민심도 얻을 수 있고, 연대와 통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