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총선·대선은 '안철수 현상'을 이끌고 있는 '행동하는 무당층의 선택'이 좌우할 전망이다. 행동하는 무당층은 특정 이념에 치우침이 없이 유연한 정치적 선택을 하는 스마트(SMART·Swing, Middle, Ambivalent, Responsive, Tricky)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고, 2007년에는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정책적으로는 현 야권의 주장대로 복지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추진방식에서는 여당의 선별적 복지를 선호하고 있다. 또 안철수 현상의 전개과정에서 확인되었듯 정당 지지자 못지않은 정치적 관심과 참여 의지를 가지고 있다.
정당지지자 이념-지지 연관
다만 진보-보수의 특정 이념을 절대화하지 않고 양 진영의 문제의식을 동시에 공유하며 이슈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선호를 결정한다. 기존의 이념적 이분법에 젖은 기존 정당들이 이들의 지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의 투표선택은 기존 정당 지지자들과 차이가 있다. 정당 지지자들은 자신과 이념적으로 비슷한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행동하는 무당층에게 이념은 일차적인 고려 요소가 아니다.
0을 매우 진보, 5를 중도, 10을 매우 보수로 측정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층의 이념평균은 6.9점으로 7.5점으로 평가받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념적으로 가장 가깝다. 정몽준 전 대표는 5.8점으로 거리가 있다. 민주당 지지층은 스스로 4.6점으로 '중도좌'로 평가하지만 손학규 대표는 '중도우'인 5.2점을 주었다. 안철수 원장(4.1점), 문재인 이사장(4.4점)은 '중도좌'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안 원장이나 문 이사장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오는 이유다.
반면 행동하는 무당층은 스스로 4.9점으로 평가하며 중도에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과 이념적으로 가장 가까운 손 대표(4.9점)보다 이념적으로 거리가 있는 안 원장(4.1점)과 문 이사장(4.0점)을 더 지지한다. 후보선택 기준으로 이념요인이 크게 작용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행동하는 무당층은 이념·정당요인 보다 후보요인이나 정책이슈와 같은 단기적이고, 가변적인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도덕성, 의사소통, 갈등조정, 비전제시와 같은 '정치지도자 이미지'와 한반도 평화관리, 복지국가 운영, 공정사회 실현, 경제성장이라는 '국가정책과제 수행능력'에 대한 평가로 나누어 각 후보를 평가해 보았다.
조사결과 안철수 원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지도자 이미지 뿐 아니라 국가정책과제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정치리더십 분야의 도덕성, 소통능력, 비전 제시에서 안 원장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한반도 평화관리, 복지국가 추진, 경제성장 추진 역량평가에서 박 전 대표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반도 평화관리와 경제성장 분야에서는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는 물론 정몽준 전 대표에게도 밀리고 있다.
행동하는 무당층의 평가는 전체유권자들의 평가와 달랐다. 정치리더십 평가는 물론 국정능력 평가에서조차 안 원장에 대한 일관된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평화관리 문제에서만 5.6점을 주어 5점대에 머물렀을 뿐 나머지 전 분야에서 6~7점대의 고평가를 받고 있다.
예상치 못한 선거결과 만들수도
야권주자 중에서는 정치인 출신의 손학규 대표보다는 정당에 속하지 않은 문재인 이사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기존 정치권 출신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2년 정국의 흐름은 전체 유권자 10명 중 4명에 달하는 행동하는 무당층의 스마트한 선택에 달려 있다. 이들의 선택은 불안정적이며 가변적이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선거 불과 일주일 앞두고 행동하는 무당층의 표심이 야권 후보에 쏠리면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선거결과를 만든 바 있다. 10월 26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2012년 총선·대선까지 아직 많은 변수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들의 쓸 드라마의 결말을 모두 알기는 힘들다. 다만 행동하는 무당층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세력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치권의 분발과 자기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