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아침햇살] 여론조사로 확인된 ‘박근혜 현상’

  • 2011-06-13
  • 편집국장고하승 ()
우리나라 국민가운데 절반이상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에 대해 ‘정권재창출’이 아닌 ‘정권교체’로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권 교체’라는 응답이 절반을 상회하는 50.1%로 집계됐다. 반면 ‘정권 재창출’이란 견해는 34.6%에 그쳤고, ‘무응답’은 15.3%였다.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정권 교체로 보는 견해는 한나라당 지지층(53.9%)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52.9%)에서도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박 전 대표를 향하고 있다는 말이다.

 

박 전 대표는 분명히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박 전 대표가 국민들에게는 ‘여당 내 야당’으로 각인돼 있고, 그것이 이 대통령 실정에 따른 반대급부를 흡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민들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비록 한나라당이라는 같은 울타리에서 한 솥밥을 먹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둘을 ‘한 통속’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앞서 필자는 지난 9일 ‘박근혜 현상’이라는 제하(題下)의 칼럼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 한국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 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 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36.2%로 ‘부동의 1위’자리를 지켰다.

 

그 뒤를 이어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위에 올랐지만 그 지지율은 겨우 10%대로 박 전 대표와는 상당한 격차가 났다.

 

하지만 ‘정당만 보고 투표한다면 내년 12월 대선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5%가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고 답했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4.0%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보면, 영남권에서만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가 많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유권자가 많았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볼 때 박 전 대표가 손 대표를 이길 수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니다.

 

한나라당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구ㆍ경북 부산ㆍ울산ㆍ경남 등 영남권은 물론 충청권에서도 야권의 손 대표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민주당의 전통 텃밭인 호남권에서도 박 전대표가 21.4%로 손 대표의 21.2%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박 전대표가 29.2%로 손 대표 의 지지율 20.2%보다 높았다.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실망하고, 그래서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보다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가 훨씬 더 많게 나타나지만, 막상 '박근혜'라는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 여론조사 결과가 이처럼 판이하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박근혜 현상’이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정권 재창출’이 아닌 ‘정권 교체’로 인식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유럽특사를 다녀온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10개월 만에 재차 단독 회동을 가졌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국민과 언론에는 박 전 대표가 MB 정권과 ‘동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실제 각 언론은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이 손을 잡았다’라는 식의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고, 심지어 한 언론사는 ‘李-朴 밀월시대 개막’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회동은 전례 없이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되었다”는 주관적인 토를 달기도 했다.

 

이런 행보가 과연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 해답은 여론조사에 나타난 ‘박근혜 현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