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 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36.2%를 얻었다.
그 뒤를 이어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위에 올랐지만 박 전 대표와는 상당한 격차가 났다.
나머지 주자들은 지지율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5.9%, 오세훈 서울시장 4.8%, 김문수 경기지사 3.9%,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3.0%,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2.9%,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 2.8%),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2.3%, 김두관 경남지사 1.1%를 각각 얻었고, 나머지 후보들은 1% 미만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사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해 왔기 때문에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전혀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내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보다는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훨씬 더 많았다.
실제 ‘정당만 보고 투표한다면 내년 12월 대선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5%가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고 답했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4.0%에 불과했다.
영남권에선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가 많았으나, 나머지 지역에서는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유권자가 많았다.
또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당만 보고 투표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6%가 야당 후보라고 답했다.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32.7%에 그쳤다. 여야의 지지 격차가 무려 19.9%포인트에 이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나라당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구ㆍ경북 부산ㆍ울산ㆍ경남 등 영남권은 물론 충청권에서도 야권의 손 대표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민주당의 전통 텃밭인 호남권에서도 박 전대표가 21.4%로 손 대표의 21.2%보다 지지율이 높았을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박 전대표가 29.2%로 손 대표 20.2%보다 높았다.
유권자들은 분명히 한나라당에 실망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보다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그런데도 막상 '박근혜'라는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 여론조사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민주당의 안방격인 호남은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손 대표보다 박 전 대표를 더 지지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분명히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면서도 박근혜를 지지하고 있다.
일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 현상이 바로 '박근혜 현상'이다.
대체 '박근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 가운데 한나라당 지지층이 아닌 유권자들, 즉 중도성향의 유권자는 물론 진보성향의 유권자들까지 상당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 견제자로서의 역할을 비교적 잘 수행해왔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불거질 때도 제1 야당인 민주당보다도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가 더욱 효과적이었다.
특히 그동안 진보진영의 아젠다로만 여겨졌던 '복지' 이슈를 가장 먼저 제기한 대선주자 역시 박 전 대표다. 따라서 중도성향 및 진보성향의 유권자들도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하고, 박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박근혜 현상'의 본질이다.
즉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전혀 한나라당답지 않은 소신 있는 정치적 행보가 그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손쉬운 승리를 위해 ‘우향우’만 하지 않는다면, ‘박근혜 현상’은 본선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