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벌써부터 내년 정국 기상도가 맑을지, 흐릴지 여부에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
4·27 재·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 야당의 승리로 끝나 여야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내부 체제를 정비하고, 여권 통합과 야권 통합에 나서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특히 여야는 유리한 내년 총선 및 대선 고지 선점 등을 위해 여권 통합과 야권통합에 치열한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
◇무서운 재보선 후폭풍…박근혜, '조기 역할론' 수용할까?
한나라당에서는 재보선 참패에 따른 쇄신의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 의원들이 모여 논의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쇄신을 주창하는 성명을 내는 등 강력한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당내 소장파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은 재보선이 끝난 바로 다음날 모여 재보선 참패가 분명한 민심 이반이라는 점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원내대표 경선 연기 및 의원 연찬회 개최를 당 지도부에 요구키로 결정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선진과 통합’은 “4·27 재보선 패배에 대해 당 전체가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하고 빠른 시간 내에 그 원인을 파악,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비대위는 의원과 당원들의 생각이 잘 반영되도록 의원들의 투표나 의원총회의 신임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당초 2일로 예정됐던 원내대표 경선을 6일로 미루고 연찬회를 개최, 쇄신 방안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연찬회에서는 청와대의 불통(不通)을 비롯한 ‘주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성식 의원은 “친박계는 이제 조금 더 당 쇄신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친이계는 화합을 위해 (다른 세력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정태근 의원은 “선거는 항상 과거에 대한 평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MB정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이계의 핵심인 이재오 특임장관에 대한 2선 퇴진 요구도 제기됐지만 친이계는 ‘모두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은재 의원은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데 왜 청와대와 대통령을 비난하느냐”며 “계파 간 이전투구 등 남 탓을 하기 전에 우리 탓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호 의원은 “대통령을 비난해서는 안 되고 직언을 해서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당 소속 의원들이 서로를 매도하지 말고 단합하자”고 말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화합을 위한 방안으로 ‘이재오-박근혜 공동대표체제’를 제안했지만 친박계의 반응은 냉담한 반응에 묻혔다.
쇄신의 방안으로 제기되던 ‘박근혜 역할론’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박 전 대표의 발언과 정몽준 전 대표의 당권-대권 분리 제안으로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시기적으로 전면에 나서기에는 이른데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가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다시 개정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쇄신 바람’은 오는 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원내대표 경선은 친이계 중에서도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안경률 의원, 이상득계인 이병석 의원, 중도 화합을 표방하는 황우여 의원 등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초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안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쇄신 파동으로 황 의원이 힘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황 의원의 경우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까지도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이라는 점에 비춰 이번 쇄신 바람은 향후 원내대표 경선의 향방을 크게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모든 쇄신 논란들도 결국은 박 전 대표가 특사수행을 마치고 유럽에서 돌아온 이후에야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대권 분리 문제에 있어 당사자이기도 한 박 전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은 물론, 6~7월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조기전당대회 차기 당대표 선출의 캐스팅보트인 친박계의 표심을 쥐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야권, 여세몰아 통합 논의 ‘활활’
비록 경남 김해을에서 아쉽게 탈락하긴 했지만 이번 4·27 재보선이 연대를 통해 단일후보를 내세운 야권의 승리로 끝나자 내년 있을 총선·대선에 대비한 야권연대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오는 10월부터 본격화될 당권 경쟁 등의 일정을 고려할 때 9월 전까지 통합의 윤곽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당선된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원내에 복귀하면서 밝힌 소감에서 “이번 재보선에서의 승리는 야권과 연대의 승리”라며 “민주개혁진영의 통합을 위해서 더욱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서 보다 확실한 방법인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합의 범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민주당 연대연합특별위원장인 이인영 최고위원은 “국민참여당과 민주당의 통합 논의를 넘어 진보정당 전체와 민주진보대통합당을 만드는 데까지 논의를 해볼 수 있어야 한다”며 야권을 아우르는 ‘대통합’을 강조했다.
‘뿌리가 같은’ 국민참여당과는 통합할 수 있지만 노선이 다른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는 연대를 하는 수준에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들도 있다. 김영환 의원은 “야권 단일정당은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며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연대의 대상이고 국민참여당은 통합의 대상이다. 따라서 국민참여당과는 당장 통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한편 이번 재보선에서 분당을 승리로 날개를 단 손학규 대표는 대선주자 지지율 두 자릿수를 연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YTN, 동아시아연구원이 재보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는 재보선 전인 지난 3월 조사(3.1%) 때와 비교해 수직상승하면서 두자릿수(11.5%) 진입은 물론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7.1%)를 추월하고 2위를 차지했다. 5월 초에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 대표는 10.8%로 박 전 대표(34.3%)의 뒤를 이어 2위를 지켰다.
‘미래권력’으로서의 손 대표 입지가 확고해지면서 오는 13일 열릴 당내 원내대표 경선에서의 손 대표 영향력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현재 원내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강봉균·김진표·유선호 의원들은 저마다의 계파가 있지만 당 장악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손 대표와의 친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저마다의 활로를 찾아 끊임없이 변화를 기도하고 있는 가운데 새 원내대표 선출을 통한 여야의 새로운 정치지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26호(5월1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