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천안함1년] 北도발 현실화에 높아진 안보의식

  • 2011-03-20

▲ 피격 1년 앞둔 천안함 (평택=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천안함 피격 1년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의 피격 천안함 앞에서 시민과 해군 장병들이 천안함 순국 장병들을 추모하고 있다.

 

정부 대북정책 놓고 `남남갈등' 분열 양상도

 

전문가들 "머리 맞대 평화 위한 대안 모색해야"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태 이후 1년간 우리 사회의 안보 의식은 매우 강화됐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이곳저곳에서 `안보 강화'를 외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 기류는 8개월 뒤 북한이 민간인 거주지까지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더욱 공고해졌다.

 

안보의식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천안함 조사결과를 불신하고, 정부의 대북 강경론에 맞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등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이 표출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북 강경론이나 포용론을 일방적으로 고집할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 제3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보가 최우선"…전쟁 불안감 확대 = 우리 사회의 안보 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은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6월 6.25 60주년을 맞아 여론조사를 한 결과 성인 응답자의 61%가 북한을 `경계 또는 적대 대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같은 조사 때의 39%에 비해 22%포인트나 높게 나온 것이었다.

 

또 성인의 89%는 한미동맹이 안보를 위해 중요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안보 교육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한번 강화된 안보의식은 1년이 지났지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의 여론조사를 보면 안보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2009년 8월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에 조문단을 보냈을 때 24.5%에 불과했지만, 정부가 천안함 사태 원인 조사에 들어간 지난해 4월에는 66.8%까지 올라갔다.

 

안보 불안감은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온 지난해 5월 75.4%로 더 올라갔고, 연평도 포격이 벌어진 11월에는 81.5%까지 치솟았으며 해가 바뀐 올해 2월에도 68.2%를 기록했다.

 

전쟁이 날 수도 있겠다는 사회 분위기는 젊은이들에게도 `내 조국은 내가 지킨다'는 쪽으로 영향을 미쳐 올해 1월 해병대 경쟁률은 2008년 7월 병무청이 해병대 모집업무를 시작한 이래 최고인 4.5대1을 기록했다.

 

매달 뽑는 해병대의 연평균 경쟁률도 2008년 2.3대1에서 2009년 2.1대1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2.4대1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천안함 이후 안보의식이 강화되는 과정 속에서 연평도 포격은 젊은 층의 안보관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해병대 지원율 증가, 유명 연예인의 해병대 지원 등이 구체적 증거들"이라고 말했다.

 

◇`남남갈등' 심화는 풀어야 할 과제 = 천안함이 침몰한 직후나 이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인터넷에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일부러 천안함을 공격했다거나 정부가 여론을 돌리고자 자작극을 벌였다는 등 음모론을 거론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여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에 대한 불신은 시간이 지나고, 북한의 도발이 명백했던 연평도 포격 이후 사그라졌지만 아직도 주요 포털사이트 토론방이나 일부 블로그, 트위터 등에는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간헐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신대 철학과 윤평중 교수는 "주관적 가치판단에 의한 의미 부여가 사실의 엄중함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천안함 의혹 제기가 대표적"이라며 "이념, 가치가 달라도 사실에 대해 합의하고 출발하는 사회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안보의식 강화가 정부의 대북 강경론에 힘을 실어준 반면 `안보 제일주의'에 빠져 대북관계를 더는 악화해서는 안 된다는 포용론도 만만찮게 제기되면서 여론이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호기 교수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겪으면서 예전 정부의 대북 포용주의와 현 정부의 상호주의에 대해 국민 다수가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포용주의와 상호주의를 뛰어넘어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3의 길을 모색할 때"라며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짜기 위한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교수는 "사회의 갈등은 정상적인 것인데 이를 어떻게 잘 없애느냐가 중요하다. 불신하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부정적 결과가 나온다"라며 "진보와 보수가 함께 협의회를 만드는 등 갈등을 관리해서 제도화할 수 있는 노력이 국회나 시민사회 차원에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