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전쟁에 육·해·공군 있듯이 외교도 각국 맞춤옷 필요"

  • 2025-05-24
  • 중앙SUNDAY (유성운 기자)

[대선 D -10] 신정부 외교정책 대토론회, 주요 대선주자 참모 만나보니

미국발 관세 전쟁, 미·중 경쟁 심화, 대만 해협 위기, 북핵 고도화 . 내달 출범할 새 정부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첩첩산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SUNDAY와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손열) 주최로 23일 열린 ‘신정부 외교정책 대토론회’에서는 외교 안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러한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의견을 나눴다. 이날 참석자 중 양당의 외교 브레인으로 꼽히는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건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새 정부가 맞이할 주요 외교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위성락 민주당 의원

Q :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 동맹의 변경이 현실화될까.

A : “한·미 양국 간 오가는 이야기를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인도·태평양 군사안보 전략이 바뀌고 있는 기류는 감지하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에만 그칠지, 대중 견제의 최전선 기지로서의 역할 확대를 요구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로서는 대북억지력에 초점을 맞추고 대응해야 한다.”

Q : 이재명 후보의 ‘셰셰(謝謝)’ 발언에 대한 비판이 있다.

A : “선거 현장에서 대중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나온 구어적(colloquial) 표현이다. 여기에 많은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취지는 주변국과 적대적 관계를 심화시킬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보다 짚어야 할 것은 윤석열 정부가 한·중 관계를 크게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에도 문제가 있고 미·중 관계의 영향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중 수교 이래 최악의 관계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두 나라가 지금처럼 북핵을 비호한 적이 없다. 이대로 가면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는 점점 멀어진다. ‘가치와 이념이 다른 나라와는 상대할 수 없다’는 태도에서 실용적 국익을 얻을 수 없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라는 가치를 공유한다면서 자유민주체제를 파괴하는 계엄까지 저질렀다. ‘가치 외교’를 말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Q :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가 중국에 통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A : “설득력 있는 말이 아니다. 주한 중국대사가 공공연히 ‘정부로부터 한·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는 말까지 하고 다녔다. 이후 더 극단적으로는 가지 않았던 것은 중국에서 약간의 조정을 한 것이다. 압박할수록 관성 때문에 한국이 미국 쪽으로 더욱 접근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로 중국을 다뤘다고 해석한다면 ‘아전인수’격이다.”

Q : 대만 해협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 “난해한 문제다. 국민의힘 정부든, 민주당 정부든 명확한 ‘로드맵’을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된다. 수학 문제 풀듯이 ‘답을 내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만과 한반도 상황이 별개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우리는 북한 억제를 중요시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일정한 기여가 가능하다. 예컨대 한국이 북한을 억제하고 있는 한, 중국도 군사력을 남쪽으로 이동·집중하는데 제약이 있다.”

Q :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한·일 관계가 악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A : “양국 관계에 대한 이 후보의 입장이 여러 번 나왔다. 한·미·일 협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양국 간 외교 현안들이 지속성을 유지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는데, 그렇게 되돌아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 현재의 새로운 국제 정세를 감안할 때 일본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일본은 우리와 유사한 입장이고, 공감대도 많다.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현재와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Q : 중·러와의 관계 회복을 어떻게 해야 하나.

A : “관계 회복보다는 관계 관리라는 말이 적확할 것 같다. 지금 같은 최악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결국 북한의 군사력에 도움을 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과거 냉전 시기에 미국과 소련이 개입해 핵 군축이나 비핵화 등을 이끌었는데, 지금은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데 아무런 대화가 없다. 우리 사회 분위기가 중국과 러시아하고 뭘 한다고 하면 비난부터 나올 만큼 경직되어 있는데,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Q :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 갈등 등 현실적 제약이 있다.

A : “오퍼레이션에 관한 거다. 말하자면 외교 작전이다. 전쟁에 공군·해군·육군을 운용하듯 국가 간 외교에도 매 순간 다양한 전략으로 적절한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3년간 그렇게 안 하고 그냥 방치한 거다. 대중·대러 정책이라는 게 없고, 대일·대미 정책만 있었다. 말하자면 옷 한 벌만 갖고 입고 다닌 셈이다. 지금은 각국에 따라 ‘재단사의 맞춤옷’이 필요한 시기다. 한·미, 한·일, 한·미·일, 관계를 주축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