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주한미군 4500명 철수 검토 보도
미국, 대중국 공세 강화 기조에서 감축 가능성
정부가 23일 주한미군 감축 등 문제를 미국과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재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은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미국이 주한미군 4500명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두고 “주한미군 철수 관련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 국방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국방부가 주한미군 병력 약 4500명을 한국에서 철수해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 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발표할 정책이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대중국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재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3월 중순쯤 국방부 내부에 배포한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는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를 우선시하고, 다른 동맹국들이 북한 등 위협 억제에서 대부분을 담당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주한미군을 북한을 넘어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서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방안을 실제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이날 동아시아연구원이 주최한 ‘신정부 외교정책 대토론회’에서 주한미군 감축 검토 보도를 언급하며 “미국이 한반도에서 대북 억지력을 한국에 이양하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미국이 주한미군의 대북 억제력을 줄여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한국이 대북 억제력을 전담하는 형태의 설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언급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미는 2026년부터 적용하는 방위비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결정하기로 지난해 10월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만큼 미국이 한국에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미 간 동북아 지역에서 위협 인식의 차이와 주한미군 규모 및 역할 등이 차기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과제로 부상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날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전력으로 우리 군과 함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여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라며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국 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 병력 변화는 한·미 간 동맹의 정신, 상호존중에 기반해 양국 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미안보협의회(SCM), 한미군사위원회의(MCM)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SCM은 한·미 국방장관이, MCM은 한·미 합참의장이 정례적으로 만나는 협의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