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여야, 국민 불안 외면..서로 '네 탓' 타령

  • 2010-11-29
  • 김달중·지연진 기자 (아시아경제)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안보태세와 대북정책을 보완해야 할 정치권이 때 아닌 '네 탓' 타령에만 몰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색깔론'을 내세우며 과거 정부의 '햇볕정책의 실패'로 공격했고, 민주당은 현 정부의 '안보무능' 탓으로 맞받았다. 정작 위기와 불안을 해소할 정책경쟁은 실종된 상태다.

 

첫 포문은 연 곳은 한나라당이다. 대북규탄 결의안 통과 이후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26일 '연평도 도발이 남한의 훈련 때문일 수 있다'는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의 트위터 글에 대해 "민주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종북 좌파의 본심을 천명한 송 시장은 인천시를 지킬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색깔론을 제기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햇볕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했다"면서 "연평도가 불바다가 됐는데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를 촉구하는 정신 나간 친북·종북주의자들은 이제 정신을 좀 차리고, 햇볕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당의 '전 정부 탓'과 '색깔론'은 연이은 안보정국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천안함 침몰과 연이은 연평도 포격 도발에 현 정부의 안보능력이 보수진영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는데 따른 위기감이라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 때만하더라도 정부와 군에 대한 신뢰가 유지됐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7일 전국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현 정부의 안보능력에 대한 불신이 그대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정부가 잘 하고 있다'는 의견은 24.7%에 불과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72%로 3배가량 높았다. 천안함 사건 당시 '잘하고 있다'(41.2%)와 '잘못하고 있다'(47.5%)는 의견 차이가 6.3%p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민심의 흐름이 크게 변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안보 상황이 '불안하다'는 응답이 81.5%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63.8%)과 천안함 사태(75.4%) 때 보다 훨씬 웃도는 수치로 현 정부 들어 안보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것이다.

 

민주당은 여당의 공격에 현 정부의 무능한 안보능력 때문이라고 받아치며 공세전에 합류했다. 손학규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ㆍ여당이 3년 동안 집권하면서 안보에 구명을 내고, 국민을 불안하게 해놓고 지금에 와서 아직도 남의 탓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판국에 한나라당이 또 전 정권의 남 탓으로 넘기는 지병이 재발하고 있다"며 "지난 민주정부 10년간 이런 꼴은 한 번도 안 당했다. 언제까지 남의 탓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야말로 실패한 정책"이라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 촉구와 함께 "여당은 대북 강경책과 안보우선주의를 말하지만 국방예산은 과거 민주정부 때보다 더 증액하지 않았다. 북한이 대표를 쏴대 국민이 죽어가는 판에 여전히 4대강 사업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데, 그 예산을 줄여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