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결집과 야권의 분산. 최근 차기 대선주자를 둘러싼 여야 지지층의 움직임은 이렇게 집약된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선 박근혜 전 대표로의 결집현상이 강해지는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을 놓고 갈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을 종합해보면 여당지지층의 결집현상이 뚜렷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10월 정례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의 49.7%는 박 전 대표를 찍었다. 9월(46.0%)과 8월(38.9%)에 비해 뚜렷한 상승세다.
8월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격회동을 통해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박 전 대표를 외면했던 일부 한나라당 지지층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한나라당 지지층의 열기는 식는 모습이다.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10월30일 실시한 조사(800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층의 54.9%는 박 전 대표를 꼽았다. 김 지사(8.3%)와 오 시장(7.9%)을 압도했다.
여당 지지층의 결집을 발판 삼아 박 전 대표의 전체 지지도도 상승세다. KSOI 조사결과 8월 26.5%에 그쳤던 지지율은 9월 31.8%를 거쳐 10월 33.8%까지 치솟았다. 2위를 멀찌감치 따돌린 압도적 1위다.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34.3%를 얻어 독주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분산되는 모습이다. KSOI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유시민 전 장관(15.8%)과 손학규 대표(15.5%)로 명확히 엇갈렸다. 정동영 최고위원(6.5%) 한명숙 전 총리(7.5%)로까지 지지층이 분산됐다.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은 유시민(16.1%) 손학규(10.9%) 정동영(10.2%) 한명숙(16.3%)으로 나뉘었다.
민주당 지지층의 분산은 연령대별로 엇갈린 선호도에서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KSOI조사에서 유시민 전 장관은 20대(21.4%)와 30대(13.5%)에서 뚜렷한 강세를 보였지만 40대(8.7%)와 50대(3.6%)에선 약세다.
반면 손학규 대표는 40대(15.2%)와 50대(10.1%)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였지만 20대(2.1%)와 30대(5.6%)에선 약세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젊은층은 유시민을, 장년층은 손학규를 선호하면서 결과적으로 분산 양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갈림현상 속에 야권 차기대선주자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시민 손학규 정동영 한명숙 모두 '두자릿수 지지율' 이란 마의 장벽을 돌파하는데 실패했다. 유 전 장관만이 KSOI조사에서 10.0%로 턱걸이했다.
손 대표의 경우 10월3일 전당대회 직후엔 깜짝 상승세를 보이면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주춤하는 모양새다.
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야당 지지층에서 연령대별 괴리현상이 매우 크다"며 "이런 괴리현상이 (야권 주자들의) 지지도가 확장성을 가지지 못하고 분산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야권주자들의 약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 지지층의 '박근혜 결집현상'이 '대세론'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권내부 분위기만 본다면 대세론 가능성도 있지만 2년 넘게 남은 대선은 야당이란 상대가 있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처럼 야당이 뚜렷한 선두주자를 내놓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면 여당 지지층은 여유를 갖게 되면서 김문수 지사나 오세훈 시장 등에게도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