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입지가 날이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김 지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소리가 정가 주변에서 들리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인 김 지사가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 주변에서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 지사가 극비리에 대권 캠프를 가동 중이며 대기업들이 김 지사의 대권사냥에 동참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지난 6·2지방선거는 김 지사를 위한 무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선거를 통해 김 지사 파워를 실감하고 놀라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오 시장은 사선을 넘나들다 겨우 당선됐지만 김 지사는 달랐다. 김 지사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거듭났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김 지사가 박근혜 전 대표와 대권을 놓고 접전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뿐 아니라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김 지사의 영향력강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중국 상하이 쉐리톤호텔에서 300여 현지 기업인을 상대로 열린 경기도 투자설명회에서 참서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위) 지난달 1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안산시 풍도동 육도에서 진행된 '대학생과 함께하는 1박 2일 간담회'에서 경기도대학생기자단의 주제발표를 보면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기 대선 후보들 중 가장 큰 폭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여권 인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 지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승추세라면 머지않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32.3%)을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
또 이재오 전 의원이 7·28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것도 김 지사에 호재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 전 의원의 행보는 김 지사의 대권도전 시나리오에 변수로 꼽혀왔다. 김 지사와 이 전 의원은 1990년 민중당을 함께 창당했고, 이후 줄곧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 전 의원이 당내 구심점 역할을 자청하게 되면 김 지사가 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같은 목표 다른 생각
김 지사의 대권 쟁패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면서 김 지사의 움직임을 놓고 여러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김 지사 주변으로 돈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소문은 기정사실화 돼 있다.
한 일간지가 지난 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6·2지방선거에서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고액 후원금을 가장 많이 걷은 광역단체장은 김 지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지사는 모두 94명으로부터 4억6880만 원을 받았다.
또 “김 지사의 후원금 기부자 목록에는 SKC 최신원 회장과 박장석 사장이 올라와 있다. 각각 500만 원씩을 기부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김 지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기업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와 모 기업의 밀약설도 돌고 있다. 김 지사가 대권 도전을 위해 대선 캠프를 극비리에 가동 중이며, A사가 김 지사의 캠프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소문에 따르면 A사가 김 지사를 지원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지난 DJ정부시절 A사는 차세대 사업의 전략적 기지로 꼽혔던 계열사 B사를 매각하면서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다.
현재 김 지사가 B사의 주력 사업에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향후 경기도를 첨단기술특화도시로 만들려면 B사에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원 규모를 더 키울 계획이라는 것이다.
A사는 현재 B사를 M&A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가 B사를 인수할 경우 김 지사의 지원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A사의 김 지사에 대한 지지는 당연한 선택이라는 게 재계의 이야기이다.
A사는 김 지사에 지지에 대한 공식적 논평을 회피했다.
A사의 관계자에 의하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일축한 뒤 “우리 회사는 정치권과 거리가 멀다. 더구나 김 지사와 그룹은 전혀 관계없다. B사 M&A건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언론에 밝혔듯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지금하고 있는 사업에 총력 매진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외부에서 회사가 정치인과 연결돼 있다는 소문이 가끔 돌기도 한다. 대부분 터무니없는 루머”라며 “다른 기업에 비해 우리 그룹은 정치권과 거리가 멀다. 이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속 뜻 노출?
김 지사 측도 A사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김 지사 측은 “최근 정치권에서 많은 루머들이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실무근”이라며 “대권 캠프 가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는 “지금 지사님은 경기도의 발전을 위해서만 고민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바쁘다”라며 “불과 몇 일전에 취임식을 했다. 벌써 대선 캠프를 차리고 운영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현재 김 지사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김 지사가 차기 대권주자로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가 미래권력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설적으로 이 같은 루머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경계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김 지사가 주변정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과의 건전한 협력도 자칫 유착설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김 지사가 어떤 행보를 이어갈 지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