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당보다 더 보수” … 지방선거 중도층 이탈에 한몫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원인 중 하나는 ‘중도층 이탈’이다.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530만표차 압승’의 기반이 됐던 중도층이 ‘반MB’, ‘반한나라당’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중도층 이탈은 ‘30~40대의 분노’ ‘충청의 반란’과 함께 한나라당의 위기를 보여주는 3대 지표로 꼽힌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동아시아연구원(EAI)이 6월 3~5일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전국 패널 9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권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성향 점수를 6.9점으로 매겼다. 이념평가에서 0점은 매우 진보, 10점은 매우 보수를 의미한다. 이 대통령이 유력 대선주자였던 2006년 지방선거 당시 5.0점, 2008년 총선 당시 5.9점으로 ‘중도’ 혹은 ‘중도우파’로 평가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권자들의 이 같은 평가는 지방선거로 이어졌다.
정한울 EAI 부소장은 “최근 대통령이 ‘중도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이미 많이 보수적 위치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국민들 평균 이념점수가 5.4점임을 고려하면 중간층으로부터 이념적으로 외면받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 이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강경기조를 이어가면서 스스로를 중도층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실제 EAI조사에서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달 24~26일과 선거 직후인 3~5일 모두 응답한 서울거주 패널 401명 중 정권견제론에 손을 든 비율은 44.1%에서 57.8%로 높아졌지만 안정론은 41.0%에서 33.3%로 떨어졌다. 경기(400명)에서도 견제론은 7.9%p 상승했고 안정론은 2.9%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이 대통령 지지율은 52.0%에서 42.7%로 9.3%p 하락했고, 경기에서는 일주일 동안 53.6%에서 39.3%로 14.3%p 떨어졌다.
한나라당 수도권 초선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중도층을 잡을 수 있는 메시지는 거의 없었던 반면 전교조 명단공개, 김제동 방송하차, 전쟁불사 발언 등으로 ‘꼴통보수’ 이미지만 강화됐다”며 “정부·여당이 중도층 기반을 상실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도 9일 초선의원 쇄신토론회에서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교조적 우파·수구적 보수로의 회귀를 거부해야 한다”며 “개혁적이고 유연하며 온정적인 ‘쿨(Cool) 보수’의 메시지를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