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엑스포 D-1 중국의 힘 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명문 칭화대 출신의 칭화방(淸華幇),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 출신 상하이방(上海幇), 시진핑 등 공산당 원로 및 간부 자제들의 인맥인 태자당(太子黨)….
학연 지연으로 맺어진 중국의 인적 네트워크는 거대 중국 정치를 움직이는 요체다.
G2로 떠오른 중국 경제를 이끄는 경제엘리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 역시 정치 인맥에서 파생된 인연으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탄탄한 실무경험과 업무능력을 갖췄다.
현재 중국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왕치산(王岐山) 국무원 부총리는 칭다오 출신으로 처음부터 중앙 경제무대에 설 운명은 아니었다.
건설부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베이징으로 옮겨와 베이징 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문화혁명 기간 중 농촌운동을 하다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야오이린을 만나게 된다.
태자당 일원인 야오이린의 딸과 결혼한 왕치산은 장인 덕에 국무원 농업연구원으로 재직하다 금융계로 이동해 농업신탁투자공사 사장과 중국투자은행 이사장, 인민은행 부행장 등 금융계 요직을 두루 거치게 됐다.
그는 칭화대 출신인 주룽지와도 인연을 맺고 98년 광둥성 성장이 돼 광둥성 금융개혁을 주도하는 등 고속승진 코스를 밟았다.
재계 서열 29위 중국중신집단공사(CITIC) 이사장인 쿵단(孔丹)도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CITIC는 국제투자신탁회사로 투자은행 역할을 맡고 있다.
쿵단은 아버지가 중국 공산당 조사부장을 지냈고 어머니가 저우언라이 총리 비서를 지낸 집안 출신이지만 역시 태자당과의 인연으로 국유기업 최고 직위에 오를 수 있었다.
문화혁명 직후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과에 들어가 저명한 경제학자인 우징롄을 스승으로 모시고 원로 혁명간부인 왕전과 왕쥔 등 태자당 인맥의 천거로 CITIC에 둥지를 틀었다.
1949년 신중국 설립 후 사회주의 공업화를 이끈 동북지역에서 부각되는 경제 리더로는 장더장 국무원 부총리가 꼽힌다.
랴오닝 출신인 장더장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후 지린에서 공직생활을 하다 같은 지역 출신이면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리창춘에게 발탁됐다. 그는 리창춘을 통해 장쩌민과 쩡칭훙 등과 연결됐고 국무원 민정부 부부장으로 중앙 관계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혈연과 지연의 도움 없이 맨손으로 파워엘리트가 된 인물도 있다.
중국 재계 1위 그룹 시노펙(중국석유화공집단) CEO 쑤수린(蘇樹林)은 62년생, 올해 나이 마흔여덟이다.
헤이룽장성 출신으로 하얼빈공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다칭석유관리공 말단 견습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5년 만에 매출 1위 기업 CEO가 됐다.
석유ㆍ천연가스 부문의 전문성이 그를 입지전적인 인물로 키웠다는 평가다.
52세로 인민은행 부행장 겸 중국 외환관리국 국장인 이강(易綱)은 해외파 차세대 금융 리더로 손꼽힌다.
류스위가 칭화대 출신 국내파 금융관료로 금융감독 분야를 맡고 있다면 이강은 해외파 관료로 외환관리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그는 현 국무원 부총리인 리커창이 나온 베이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인디애나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등 미국에서 활동하다 귀국했다.
현재 중국 금융계를 주도하는 인물들이 바로 인민은행 출신으로 금융계 기업인들 대다수가 인민은행을 거쳐갔다.
그런가하면 중국 출신 인사들이 해외 경제계에서 요직을 차지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게리 로크 미국 상무장관(중국명 駱家揮)과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장관이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광둥성 타이산(臺山) 출신의 조부모가 미국에 이민 온 로크 장관은 97년 중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주지사에 선출돼 재임 중 8차례나 무역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ㆍ미 경제계 가교 역할을 해왔다.
호주 노동장관 황잉셴(黃英賢), 최초의 오번시 여시장 린리화(臨麗華)가 화교 출신이다.
서상민 동아시아연구원 중국센터부소장은 "중국을 주름잡는 경제엘리트들은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하며 능력을 검증받아 승진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며 "학연ㆍ지연ㆍ혈연에다 `직연(職緣)`이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기획취재팀=김경도 차장 / 김은정 기자 / 박승철 기자 / 상하이 = 장종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