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의 무기판매 수익이 1년 만에 80%나 급감했다는 미국 정부의 보고서를 봤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2005년 핵 폐기를 공약한) 9·19 공동성명 준수를 약속하기 전에는 답이 없을 것이다.”
지난달 22일 동아시아연구원과 아시아파운데이션코리아가 서울에서 연 세미나에 초청돼 ‘오바마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을 강연한 고든 플레이크(사진) 미국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6자회담 거부가 역설적으로 한·미의 입장을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똑같이 (강경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오바마 행정부 1년의 대북 정책을 평가한다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임 부시 대통령 8년보다 오바마 대통령 1년간의 대북 정책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켰고 한국·일본·중국과 긴밀히 공조해 대북 공동전선을 굳혔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오바마는 북핵보다 한·미 동맹을 더 중시한다.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곧 6자회담이 재개되고 그 안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회담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다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말만이라도 9·19 공동성명 준수를 선언하면 미국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대북 제재는 얼마나 먹히고 있는가.
“부시 행정부는 대북 제재에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게 큰 이유였다. 중국도 한국 핑계를 대며 북한을 계속 지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이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중국도 협조할 수밖에 없게 됐다. 1년 전 북한의 대외 무기 수출 수익이 100달러였다면 지금은 20달러 선이라고 한다.”
-제재만으로 북한이 손들고 나올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관련이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이나 올 들어 대화와 협박을 병행하는 행보를 하는 것은 그의 불안정한 상태를 반영한 것이다. 한·미는 원칙 있는 자세를 고수하면서 북한의 돌발 사태에도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
◆고든 플레이크=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 중 하나인 맨스필드재단 대표. 2008년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외교 자문을 맡았고, 현재도 오바마의 외교안보팀과 자주 접촉하며 한반도 문제 등을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