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경제ㆍ경영학자 100인 설문조사 ◆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ㆍ경영학자들이 매긴 이명박 정부의 지난해 경제운용 평가 점수는 70점이다. 2008년 조사에서 받았던 48점과 비교하면 22점이나 상승한 결과다.
또한 이는 MB 정부의 선거운동 당시 제시한 경제 공약 평가 점수(72점)에 근접한 수준이다. 학자들이 대개 평가에 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높은 점수다. 그러나 평가 결과의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글로벌 차원에서 발생했던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생긴 그늘을 학자들은 지적했다. 학자들은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대책에 대해서는 82점(100점 기준)을 매겼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정책에는 76점을 그리고 금리와 환율정책에 대해서는 74점을 줬다. 경제위기 극복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평가가 후했던 것. 재정과 조세정책에 대해서는 64점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가 매겨졌다. 선제적 재정확대 정책으로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한 점은 인정하지만 조세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학자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경제 양극화 대책 그리고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는 가장 낮은 56점으로 평가했다. 이는 잘못 시행했을 때 사회 갈등이 커질 수 있는 정책이다. 결국 정부가 위기 극복에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렇게 사회적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에는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김수용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분배가 양극화되는 것을 허용하는 경제는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장기 성장동력을 구축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청년실업을 포함한 실업대책 역시 58점으로 낮게 평가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처럼 일시적 취업대책으로 대규모 실업난을 막긴 했지만 근본적 청년실업 대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
![]() |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9년 11월을 기준으로 볼 때 실업률은 3.3%지만 사실상의 실업률은 12.1%에 달하고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잊지 않았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관치와 토목 경제에만 치중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라며 "한국의 관료는 이해관계에만 치중할 뿐 한국 경제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최혁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료나 정치가들이 개입해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는 시장의 실패라는 말을 남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시장에 대한 간섭을 가급적 피하면서 공정한 시장 규칙을 만들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치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 올바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충고도 이어졌다. 권영훈 경상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정책의 비전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현재의 단기적 성과와 실적 위주의 경제정책으로는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
△강인수(숙명여대 경제) △강호상(서강대 경영) △고봉찬(서울대 경영) △권영훈(경남대 경영) △김경환(서강대 경제) △김균(고려대 경제) △김기영(광운대 총장) △김기찬(가톨릭대 경영) △김난도(서울대 소비자학) △김동운(동의대 경제) △김병연(서울대 경제) △김상훈(서울대 경영) △김석진(경북대 경영) △김석희(디트로이트머시대 경영) △김성수(경희대 국제경영) △김수용(서강대 경제) △김윤배(켄터키대 경제) △김익수(고려대 경영) △김인철(성균관대 경제) △김재영(서울대 경제) △김진일(FRB 금융부 이코노미스트) △김창진(고려대 경제) △김한원(경희대 국제경영) △김홍범(경상대 경제) △김희호(경북대 경제통상) △남두우(인하대 경영) △류장선(서강대 전 총장) △박경서(고려대 경영) △박기찬(인하대 경영) △박만섭(고려대 경제)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세운(창원대 경영) △박세일(서울대 국제대학원) △박승록(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진영(인제대 국제경상) △배형(동국대 경제) △백경환(성균관대 경제) △서병선(고려대 식품자원경제) △송재용(서울대 경영) △신관호(고려대 경제) △신의순(연세대 경제) △심승진(경북대 경제통상) △안국신(중앙대 경제) △안두순(서울시립대 경제) △안충영(중앙대 경제) △오세조(연세대 경영) △윤봉한(중앙대 경영) △윤석철(한양대 경영) △윤용만(인천대 경제) △윤진호(인하대 경제) △윤창호(고려대 경제) △이근(서울대 경제) △이덕희(KAIST 경영) △이동현(가톨릭대 경영) △이동훈(뉴욕대 경제) △이상빈(한양대 경영) △이상철(동국대 경영) △이영선(한림대 총장) △이유재(서울대 경영) △이인호(서울대 경제) △이창양(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이호근(연세대 경영) △전영섭(서울대 경제) △정갑영(연세대 경제) △정구현(삼성경제연구소 상임고문) △정기호(버팔로뉴욕주립대 경제) △주인기(연세대 경영) △최인(서강대 경제) △최종무(탬플대 경영) △최혁(서울대 경영) △하성근(연세대 경제) △함정호(인천대 경제) △홍종학(경원대 경제) △황순영(창천경영법인 경영전문위원) △황윤재(서울대 경제) (가나다 순)
※ 매경-동아시아硏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