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회 사무처는 정보위를 제외한 상임위 회의장 15곳과 본회의장 7곳에 1억2450만원을 들여 새 잠금장치를 달았다. 15㎝ 크기의 자석이 붙어있는 잠금장치는 평소에는 작동하지 않다 리모컨을 누르면 꽁꽁 잠긴다.
19대에 불과하던 CCTV도 늘렸다. 국회는 CCTV 81대를 추가로 달고 모니터 상황실을 갖추는 데 4억7880만원을 들였다. 안병갑 사무관(28)은 “회의실 문을 함부로 열어 난동을 피우거나, 물건을 훔쳐가는 일을 방지하려고 상임위 회의실 복도에 집중적으로 CCTV를 달았다”고 했다.
1년간 국회가 시끄러웠다. 지난해 12월, 외통위 박진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기 위해 회의실 문을 잠갔다.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200여명은 회의장에 들어가기 위해 해머와 정으로 문고리를 부쉈다. 쇠지렛대를 이기지 못해 회의실 문이 부서지자, 이들은 소방호스로 회의장에 물을 뿌렸다. 안에선 소화기로 맞섰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1월 3일에도 국회경위와 야당 인사들 간에 충돌이 일어났다. 국회 경위와 방호원 53명이 다쳤고, 민주당 관계자들도 국회의원 7명을 포함해 48명이 다쳤다. 7월에도 싸움이 일어났다. 미디어법을 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보좌진 500여명이 뒤엉킨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 등장한 해머와 전기톱, 전동드라이버는 아직도 어떻게 들어왔고, 어디로 갔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국회 보안 담당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면 해머, 전기톱 같은 것들은 출입문 감지기에 모두 걸린다”며 “창문으로 가지고 들어온 것으로 추정할 뿐”이라고 했다. 이후 사무처는 본청 2층 창문으로 사람이 드나들 수 없게 바꿨다. 교체작업에는 9015만원이 들었다.
국회 보안담당 최모(48) 계장은 “올해는 국회 안에서의 폭력사태가 상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급작스럽게 전개됐다”고 했다. “회의실 문과 CCTV, 창문을 새로 달았지만 정작 긴급상황 대처방법은 바뀐 것이 없죠. 최근 법원에서 난 판결도 생각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 당황스럽고요.”
지난달 서울남부지법은 해머로 외통위 회의장 문을 부순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명패 다섯개를 집어 던져 깨뜨린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 대해 각각 벌금 200만원과 5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민주당 김모(41) 보좌관은 지난 1월 서울 서부병원에 5일간 입원했다. 무릎과 어깨·목에 심한 멍이 들고 온 몸에 찰과상을 입었다. 민주당 신모(36) 비서는 김씨가 다치기 이틀 전 2층 창문으로 국회에 들어가려다 떨어졌다. “뇌진탕 진단을 받고 구급차에 실려가 이틀간 병원에서 꼼짝없이 있었죠. 그때 더 심하게 다친 사람도 많았어요.”
한나라당 우모(44) 보좌관은 지난 7월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면서 깨진 유리 파편에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우씨는 한 달간 목발을 짚어야 했다. 당시 몸싸움에 함께 동원됐던 한나라당 김모(25) 비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막상 상황이 벌어지면 뒷짐지고 서있을 수 만은 없는게 보좌관·당직자들”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조모(32) 비서관은 “‘의원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운다’는 생각에 싸우고 나서도 다른 당 관계자들과 서먹해 지진 않았는데 올해는 좀 다르다”며 “이제는 민주당 보좌진들이 오면 슬쩍 경계하고, 서로 ‘적’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올해 ‘25개 파워기관 신뢰영향’을 조사한 결과 한나라당의 신뢰도는 지난해 21위에서 25위로, 민주당은 22위에서 24위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3일 ‘정당법·국회법’ 개정안과 ‘국회 회의 방해 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국회 폭력에 가담한 당직자의 당원직 제한, 윤리특별위원회 기능 강화, 국회 내 폭력에 대한 가중처벌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