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국민과 함께 되돌아보는 성찰의 한해가 될 것이다. 2010년은 팔만대장경 건립 1000년, 경술국치 100주년, 한국전쟁 60년, 4·19 혁명 50년, 5·18 광주항쟁 30년 등 추모해야 할 역사적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 6월 2일에는 한국 선거사상 처음으로 유권자들이 무려 8표의 투표를 행사하는 지방자치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해를 맞는 이 시점에서 진짜 선진국의 3가지 조건을 되새기고자 한다.
선진국이 되기 위한 3가지 조건
첫째는 1등이 존경받는 사회이다. 미국(링컨) 영국(에틀리) 독일(헬무트 슈미트) 캐나다(토미 더글라스)의 공통점은 계층과 이념을 넘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위대한 정치 지도자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진정한 일류는 정치적 분열보다는 사회통합에 기여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전력시비가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사회는 아직 존경받는 일류 지도자를 갖지 못하고 있다. 경제 1등인 삼성과 현대의 총수들은 불법 정경유착의 경험과 부정축재 전력 때문에 사회적 존경보다는 질타를 많이 받아왔다.
둘째는 중산층이 다수인 사회이다. 중산층의 몰락은 파시즘을 낳고, 중산층의 번성은 점진적 개혁의 성공조건이라는 것이 저명한 정치학자 립셉(S.M. Lipset)의 테제이다. 일본 자민당의 장기 집권은 종신고용과 기업복지를 양대 축으로 한 영민한 집권 재창출 전략의 산물이다. 일본의 오랜 자부심이었던 비전 즉 1억 총중류화론이 무너지고 불평등사회로 전락했다는 자괴감이 확산되면서 자민당도 함께 몰락했다.
한국의 모든 자료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IMF 이후 중산층의 실제 지표와 주관적 인식 모두 현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동아시아연구원의 자료(2009년 9월 22일)에 따르면 한국의 중산층은 불만 불신 불안을 어느 계층보다 첨예하게 인식하고 있는 3불(三不) 계층이다. 셋째는 빈자와 소외계층이 인간적으로 존중받는 사회이다.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정규직과 실업자, 나머지 3분의 1에 달하는 영세 자영상공인의 삶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용산참사를 대하는 한국정부와 기득언론의 태도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커녕 조롱과 멸시로 적국 포로를 대하는 점령군을 연상시킨다.
부자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빈자가 인간적으로 대접받으며, 자족과 안정을 추구하는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는 한 마디로 복지사회이다. 아직 인류는 그 이상의 현실적 사회시스템을 고안하지 못했다. 2010년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이 정부와 주요 정당의 인식전환이다. 이웃 일본의 민주당 정부는 더 이상 댐과 고속도로 건설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대신 아동에 대한 육아수당의 대폭 증액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는데,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복지사회가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
지난 한해 동안 이명박정부에서 집행한 감세의 80%는 상위 소득 20%에 귀속되었다. 또한 같은 시기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 인하 등 이명박 정부의 감세규모는 대략 20여조에 달하는 데, 이는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10년 동안 어렵게 증액하여 놓은 복지예산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여기저기서 내년 지방선거를 맞아 생활정치의 깃발과 구호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다. 작고하신 김수환 추기경은 물론 최근 TV 토크 프로그램에 나온 안철수와 한비야에 대한 사회적 신드롬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은 존경하는 인물에 목말라 있다. 2010년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1등을 여러 곳에서 만나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정상호 (명지대 연구교수 국제한국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