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밤 TV를 통해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 직후인 28일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800명 대상으로 전화조사방법으로 진행했으며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30%대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중도·실용 드라이브'로 45%까지 치솟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9.2%노 주저앉았다.
또한 이 대통령이 밝힌 세종시 수정 추진 방침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39.8%)보다 '공감하지 못한다'는 의견(52.5%)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TV나 신문을 통해 '대통령과의 대화' 관련 뉴스를 접한 사람들(49.5%) 가운데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50.0%,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8.6%로 나타난 반면 관련 뉴스를 보거나 듣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29.9%,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3%에 달했다.
필자가 전날 칼럼에서 ‘연합뉴스, 그대들도 언론인가’라는 글에서 지나치게 우호적인 보도를 한 언론의 행태를 지적했듯이, 각 언론의 이런 식의 보도행태가 한몫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국민 의견이 여전히 높았고,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제 바닥까지 내려갔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이 같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숙하는 게 옳다.
또 한나라당은 대통령에게 이 같은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이 대통령은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조찬 회동에서 "정부가 서두를 테니 대안이 나올 때까지 당정에서 서로 협조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좋겠다"며 "당이 하나의 모습으로 나와 줬으면 좋겠다"고 ‘당의 일치단결’을 주문했다.
당은 ‘끽’ 소리하지 말고 무조건 자신의 말을 따르라는 명령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정몽준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이후 세종시 지지여론이 높아졌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생각을 열게 해 준 단초가 됐다"고 잔뜩 치켜세웠다.
현재의 민심과는 전혀 다른 민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통령 각하의 명령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참 답답한 사람들이다.
대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말하는 민심과 여론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기에 진짜 민심과는 이토록 괴리감이 있는 것인가.
오죽하면, 국민들 가운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보다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겠는가.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3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 결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권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48.6%인 반면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5.2%에 그쳤다.
정말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단지 ‘한나라당 간판을 단 죄’로 유능한 한나라당 후보들마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비극적인 사태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단언컨대 일방통행 식 ‘대통령과의 대화’는 실패로 끝났다. 이명박 정권에 국민들이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어떤 여론조작을 하더라도 이 같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의 MB 정부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와 너무나 닮았다.
타이타닉호는 높이 30m 너비 28m 길이 270m 총톤수 46,000톤 최대속력 23노트로 건조 당시인 1912년에는 세계 최고의 호화 여객선이었다.
영원히 가라앉지 않는다는 “불침선”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처녀항해를 시작하지만 항해 5일 만인 같은 해 4월 14일 오후 11시 40분에 북대서양 뉴-펀들랜드 섬 근처에서 빙산과 충돌한 후 2시간 30분 만에 두 동강이 나면서 침몰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승선했던 2208명의 승객과 승무원 가운데 1513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식적인 기록이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이고 한다.
만일 당시 누군가 전속으로 달리던 타이타닉호의 속도를 늦추도록 했다면, 빙산과 충돌하는 불행한 일은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전 요구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타이타닉호와 같은 운명에 처하고 말 것이다.
그 때 가서 땅을 치며 통곡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날이 내년 지방선거일수도 있고, 2012년 총선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