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편집자에게] '청(靑)' 여론조사, 겸손하게

  • 2009-08-25
  • 정한울 (조선일보)
청와대는 지난 24일, 작년 촛불시위 이래 자체조사로는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5%를 넘었다는 두 개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필자가 속한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8월 22일 조사에선 40%에는 약간 못 미쳤지만 지난달에 비해 6.8%포인트 증가한 37.3%를 기록했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최근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중도실용주의 노선 을 강조하고 나선 이후 중도층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최근 거시경제상황이 개선되고, 남북관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되는 등 지지율 상승을 이끄는 환경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다른 조사기관의 여론조사에서도 40%대 중반의 지지율이 나올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설사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돌발 변수에 의해서도 쉽게 출렁거릴 수 있는 게 지지율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여당은 40%대 중반 지지율 진입을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절대적인 기준인양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지율 40%가 레임덕의 기준이기도 하고 반대여론에 휘둘리지 않을 최소한의 균형선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지율이 40%를 훌쩍 넘어섰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거의 없다. 다시는 지지율 하락이 없다고 보장해 주지도 않고 야당이나 국민들이 봐주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필자는 이처럼 언제고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에 직면하게 될 청와대나 여당이 내부 참고자료이어야 할 자체조사결과를 언론에 발표하고 의미부여 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태도가 행여 일방적인 국정운영의 유혹으로 이어지지 않을지를 우려한다.

 

사실 올 들어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0% 선에 도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7일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올 들어 처음 40%를 돌파했다. 그러나 그 직후인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지지율 40% 회복에 오만해져서 당내 특정계파를 배제하고 일방주의적 정국 운영을 한 결과였고 지지율도 동반 몰락했다. 두 번째로 지지율 40%를 넘었던 것은 7월 6일이었는데 채 한달도 되지 않아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사퇴 파동이 겹치면서 다시 곤두박질쳤다.

 

이처럼 두 번의 경험이 있었는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과도 같은 지지율 45%의 허상에 취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감스럽다. 두 번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반성했다면, 신중하고 겸손하게 자세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