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진보의 위기` 확인 … 3년 연속 하락세

  • 2007-07-03
  • 강원택 (중앙일보)

25개 파워조직 영향력·신뢰도 평가
본지·동아시아연구원(EAI) 조사

평가 결과 분석해보니

 

이번 조사에 포함된 25개 파워조직은 대기업.행정부(권력기관).사법부.정당.시민단체. 이익집단 등 6개 영역을 대표하고 있다.

이들 6개 영역은 각각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면서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진 집단이다. 협치(協治)로도 불리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주요 행위자들이기도 하다.

최근 3년 연속 조사에서 이들 6개 집단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과 신뢰도를 보여준 집단은 삼성.현대차.LG.SK 등 대기업으로 나타났다. 두 지표에서 모두 일관되게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국가기관 대신 대기업에 대한 영향력과 신뢰도가 계속 높게 나온다는 사실은 국가-시장 관계와 관련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 다음으로는 대법원.헌법재판소 등 사법부가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청와대.검찰.경찰.국세청.국가정보원 등 소위 권력기관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권력기관에 대한 최근 3년간의 영향력과 신뢰도 인식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향력과 신뢰도에 대한 평가 차이가 6개 영역 중 권력기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권력기관이 영향력은 크지만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신뢰를 국민으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나 이익집단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서로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정체 혹은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영향력.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낮게 평가받은 집단은 한나라당.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민주당 등 정당 그룹이다. 3년 연속 일관되게 최하 점수를 받았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3년간 정당의 영향력과 신뢰도에 대한 평가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조사에서 4.8점이었던 정당의 영향력 점수가 2006년 4.1점, 2007년 3.9점으로 계속 낮아졌다. 정당의 신뢰도 역시 2005년 4.4점에서 2007년엔 3.6점으로 떨어졌다.

한편 이념적 차원에서 집단 간 영향력과 신뢰도를 비교한 결과, 진보 집단에 비해 보수 집단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왔다. 국민은 지난 3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진보 집단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약화됐다고 생각하는 반면, 보수 집단에 대해서는 별다른 인식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 집단과 보수 집단 간의 신뢰도에 대한 인식 정도는 2005년엔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2006년엔 진보 집단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그 차이가 커졌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진보의 위기'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