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역할 잘해" 10%P 올라 … 이슬람은 여전히 냉담
매경ㆍEAIㆍWPO 공동 20개국 여론조사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과 화해를 시도하는 등 전임 조시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에서 벗어나 공존과 협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매일경제신문이 동아시아연구원(EAI), 미국 메릴랜드대학 조사기관 `월드퍼블릭오피니언(WPO)`과 공동 기획한 국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국제적 역할이 긍정적이라는 응답 비율은 39%로 집계돼 지난해 29%보다 10%포인트 늘어났다. 이번 조사는 미국 중국 독일 이란 케냐 등 세계 20개국 1만991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표집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4%다.
특히 미국 지원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에 호의를 표했다. 케냐 응답자 중 81%, 나이지리아 응답자 중 70%가 미국 역할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68%가 미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케냐 나이지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또 영국(58%) 프랑스(52%) 등 전통적인 서구 동맹국들도 미국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슬람 국가들은 미국에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이슬람 국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파키스탄 10%, 터키 16%, 이라크 23% 등에 불과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터키를 방문해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화해 메시지를 보냈으나 아직까지는 이슬람 민심을 사로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각종 현안을 두고 미국과 맞서고 있는 러시아(15%)와 중국(32%)도 미국에 냉담한 평가를 보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이용하고 국제법규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체 응답자 중 77%가 미국이 국익을 위해 군사적 위협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한국은 92%가 이 같은 의견을 밝혀 2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미국이 국제법을 잘 준수하고 있다`는 항목에는 23%만 동의했다. 다른 나라에 국제법 준수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미국 스스로는 국제법을 지키지 않아 위선적(hypocritical)이라고 답한 비율은 67%에 달했다.
`응답자 국가와 관계에서 미국이 공정하게 행동하는가`라는 물음에도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6%만 공정하다고 답했고,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이 66%였다.
스티븐 컬 WPO 대표는 "세계 각국 여론은 새롭게 미국호를 이끌고 있는 젊은 선장 오바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미국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압적이고 거만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