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예정대로 광명성 2호를 발사했다. 그리고 예상대로다. 발사 저지를 위한 국제공조는 실패했다. 다음 단계도 마찬가지다.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 또한 실패할 것이다. 더 이상 뒷북치기 외교를 반복하지 않고 앞북치기 외교를 하려면 광명성 2호를 새롭게 바라다봐야 한다.
광명성 2호를 쏘아 올린 은하수 2호가 로켓이냐 미사일이냐 하는 논의는 무의미하다. 또 성공이냐 실패냐도 반드시 핵심적 문제는 아니다. 광명성 2호는 과학용이나 군사용이기 이전에 정치용 위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발사의 정치학이다. 북한은 광명성 1호를 발사한 후 10년의 세월을 바쳐 두 번째로 광명성 2호를 발사했다.
그들이 과학기술적 검토와 함께 공을 들인 것은 1호를 발사한 후 미·북 간에 마련된 '페리 프로세스', 그리고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상호 방문에 대한 국제정치적 검토일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1차 발사 후 위성발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추대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1차 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것이라고 솔직히 밝힌 외무성 대변인 담화 내용과 마찬가지로 2차 발사의 국내정치적 검토도 대단히 신중하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2차 발사는 10년 전의 1차 발사와 거의 동일한 국제 및 국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정말 답답한 것은 2차 발사가 판에 박은 듯 1차 발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조선통신사 인터넷 사이트는 1차와 2차 발사의 기사를 동시에 올려놓고 있는데 1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동일하다. 북한의 생각과 행동의 기본원칙이 되고 있는 선군정치가 지난 10년 동안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복잡한 21세기에는 더 이상 선군정치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오늘의 북한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면 선군정치의 상징인 광명성 2호의 발사는 역설적으로 체제 실패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실질적인 제재결의는 불가능하다. 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때부터 '주의(注意)'나 '관주( 注)'같이 대단히 신중한 표현을 사용해 왔다. 발사 직후의 외교부 대변인 성명도 살얼음 걷듯이 조심스러운 표현이다. 북한과 관련 당사국들의 냉정과 자제의 유지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이 한·미·일이 원하는 제재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는 쉽사리 알 수 있다. 더구나 과거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에 대한 제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들이 제재를 어렵잖게 견딜 수 있는 소프트 파워를 갖추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잃을 것이 없는 북한은 기득권 국가들과의 벼랑 끝 외교에서 상상을 넘어서는 위기를 견뎌냄으로써 제재를 충분히 무색하게 만들 준비가 돼있다.
제재의 국제공조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북한은 1차 발사 후와 유사하게 미국과의 본격적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10년 전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오바마 행정부의 '보즈워스 프로세스'도 10년 전의 클린턴 행정부의 '페리 프로세스'를 반복하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페리 프로세스'가 실패한 것은 성사 직전에 부시 공화당 정부로 정권이양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북한의 선군정치가 요구하는 과잉 안보요구, 즉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군사동맹의 해체 때문이었다. 변화하지 않은 북한과 평양에서 만나서 새로운 프로세스를 마련하려는 보즈워스도 마지막 순간에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선군정치를 21세기 생존전략으로 추진하는 한 핵무기와 미사일문제는 미·북의 수많은 '프로세스'나 6자 회담의 노력으로도 풀 수 없다. 그러나 문제가 어려운 것은 북한이 시대착오적인 생존전략인 선군정치를 극복하도록 지난 10년 동안 시도해 온 햇볕정책과 제재정책은 모두 실패했다는 현실을 광명성 2호는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는 점이다.
해답은 북한 스스로가 더 이상 선군정치로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전략적 결단을 하게 만들 수 있는 제3의 길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 정권의 진화와 북한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해 줄 수 있는 동아시아 체제의 진화가 함께하는 공동진화(coevolution)의 국제공조를 구체화할 때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