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② 한국 IT·한류 ‘아시아 개구리’ 미국에선 냉담

  • 2008-06-17
  • 이신화 (중앙일보)

[중앙일보] 소프트파워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선 외부의 평판과 호감도뿐 아니라 스스로 갖고 있는 자신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국인은 스포츠·역사·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정치경제적 성취에 대한 평가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포츠·역사에 대한 자긍심은 중국·일본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결국 이들 영역에서의 지나친 경쟁은 자칫 ‘과잉 민족주의’로 표출돼 국가 간 갈등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한류 열풍은 문화 영역에서 한국인의 자신감을 고취시켰고 한국의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도 높였다.

 

그러나 한류의 매력이 베트남과 중국에선 통했지만 미국인을 매료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또 인적 자원 및 지식 기반 영역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는 미국·일본에 크게 못 미쳤고 중국보다 낮았다. 정보기술(IT) 강국이란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성취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국은 정치·외교 영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최단기간에 달성한 나라로 개도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체제 및 경제적 성취에 대한 한국인 스스로의 자부심은 매우 낮았다. 10명 중 8∼9명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런 평가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국내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정치 혐오’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의 소프트파워 강화를 위해선 정치적 냉소주의 극복과 민주화 과정의 브랜드화 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 영역에선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기대가 있지만 그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불만과 박탈감이 높았다. 또 삼성·LG 등 세계적으로 성장한 기업 이미지가 한국 제품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미국인과 일본인은 한국 제품의 품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한국과의 경제 관계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으로서 한국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돼 경제적 소프트파워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인은 자국 제품에 대해 강한 애착과 자신감을 갖고 있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선 인정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층 치열해진 지구촌의 소프트파워 경쟁 속에선 외부의 평판과 국가 자긍심의 선순환 구조 속에서 국가의 매력도를 높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주변 강대국과의 하드파워 격차에 비해 소프트파워 격차가 훨씬 적다는 점은 ‘동북아 소국’인 한국이 왜 소프트파워 강국의 길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

 

이신화 고려대학교 교수

 

◇소프트파워 연구팀EAI=이숙종(팀장·성균관대)·이내영(고려대)·이신화(고려대)·이용욱(고려대)·지병근(조선대) 교수, 정한울·김하정 선임연구원, 신영환·곽소희 연구원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