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전 통의동 집무실에서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오전 서울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조지프 나이 하버드 교수(국제정치학) 일행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이 당선인은 세계적인 석학인 나이 교수와 한.미 관계, 남북 관계 등 국제정세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 당선인은 미 행정부에서 근무한 경험도 갖고 있는 나이 교수의 조언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제관계에 있어서 군사력이 아닌 문화나 가치 확산, 국제 교류 등 ‘비강제적인 힘’의 행사를 주창하는 나이 교수의 ‘소프트 파워’이론에 당선인은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이 당선인과 나이 교수의 이날 만남이 시선을 끈 것은 나이 교수가 전형적인 ‘폴리페서’(polifessor.정치(politics)+교수(professor)를 뜻하는 말로 정계에 진출한 교수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
유난히 교수를 선호하는 당선인의 인사스타일과 맞물려 나이 교수와의 대화 내용이 주목을 받은 이유다.
실제 당선인은 대통령실장뿐만 아니라 청와대 수석 7명 중 6명을 교수 출신으로 임명할 정도로 교수 출신을 중용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 문제로 지연되고 있지만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각 수장에도 교육과학부 장관에 오세정 서울대 교수, 보건복지여성부 장관에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나이 교수는 클린턴 정부에서 국가정보위원회(NIC) 의장과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폴리페서’다. 그는 지난 2004년 펴낸 ‘파워 게임’이란 제목의 소설에서 미 프린스턴대 교수 출신인 주인공이 국무부 차관보로 입각한 뒤 겪는 일들을 그리기도 했다. 이 소설에서 그는 자신과 유사한 경력을 지닌 주인공의 입을 빌려 “교수 출신으로서 워싱턴 고위 인사로 활동하며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마치 수도꼭지를 입에 물고 지내는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쏟아지는 요구를 감당해 내는 데 대한 압력과 스트레스가 컸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이 당선인이 나이 교수의 경험과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한국적 폴리페서의 바람직한 활용방향에 대해 숙고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나이 교수의 경력과 무관치 않다.
한편 이날 접견에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내정된 김병국 고려대 교수도 배석해 시선을 모았다. 하버드대 재학시절 나이 교수의 제자였던 김 교수는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나이 교수의 강연회를 주최한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이기도 하다.
임성준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유우익 당선인 비서실장 내정자, 박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위 간사, 권종락 당선인 외교보좌역 등도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