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화·나라 중심주의" 버리고 보편적·독창적 문화상품 내놔야 한동안 잘나가던 한류의 열풍이 주춤해지고 있다. 한국문화를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일본인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한국드라마를 넘어서려는 중국의 추격도 만만찮다. 야심찬 꿈을 가지고 미국시장에 진출했던 한류스타들이 잔뜩 풀이 죽은 채 되돌아오기도 한다.
이제 그간의 경험을 돌아보며 숨 고르기를 할 시점에 와있다. 21세기의 진정한 매력국가, 문화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문화"와 "국가"를 버려야 한다. 문화를 버린다 함은 좁은 의미의 편협한 문화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한류의 붐을 타고 일어난 문화의 열기는 우리 것을 밖으로 알리는 데에만 치중했다.
그러나 남들이 내 문화에 홀려서 매력을 느끼고, 내 문화를 문명의 표준으로 만들려면, 남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품은 후에야 가능하다. 미국시장에 우리의 연예문화를 펼치려는 가수 박진영과, 동아시아에서 현지화된 문화상품 생산체제를 만들려는 기획자 이수만의 노력은 이런 점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
국가를 버린다는 것은 국가중심의 사고방식, 국가주도의 정책패러다임을 극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화와 국가는 쉽사리 어울리기 어려운 한 쌍이다. 국가가 뒷짐을 지고 있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시콜콜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개인의 창의성을 훼손할 수도 있고, 자국 중심주의, 편협한 민족주의의 망령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력국가의 문화는 독창적이면서 보편적이어야 한다. 선진국 문화를 내 것으로 소화해 되파는 것도 좋지만, 독창성이 빠져 있으면 결국 원조(元祖)에 당할 수 없다. 한국이 아무리 힙합문화의 앞선 수용자로 행세해도, 우리 음악이 빠져있으면 결국 미국가수의 음반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국적이어서 매력적이지만, 내 것으로 만들 만한 것이 아니면, 한번 즐기는 것으로 끝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