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이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당선자의 전임 정권 인수 업무에 직.간접으로 간여한 박철언.남재희.전병민.이종찬.이광재.이종석씨 등 6명과 심층 인터뷰를 해 해답을 찾으려 했다. 오늘은 그 기획 시리즈의 마지막 날이다. 6명은 한결같이 정부 개혁 등 핵심 과제는 집권 초반에 추진하라고 조언했다. 이들의 조언과 다른 나라 사례 등을 섞어 EAI 소속 학자들이 글을 썼다.
대선 역사상 최대 표 차로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당선자 시절인 67일이 5년 임기의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하고 시간을 금쪽같이 보내라. 인수위 활동을 통해 국정 과제를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임기 초반의 "좋은 시절"을 위원회니, 로드맵이니 하는 것들로 허비할 수 있다.
둘째, CEO(최고경영자)형 리더십에는 장점과 더불어 단점도 있다. CEO가 신경 쓸 사람은 소수인 데 비해 대통령은 불특정 다수인 국민을 만족시켜야 한다. CEO는 성과로 말하지만 대통령은 과정도 중시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설득과 조정의 과정이 필요할 때가 적지 않다. 이 당선자의 CEO형 리더십에다 대통령이 갖춰야 할 신중함을 보완해야 한다.
셋째, 지나친 의욕과 자신감은 독약이다. 선택과 집중만이 살길이다. 역대 대통령의 인수위마다 100여 개의 국정 과제를 나열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잘할 수 있는 소수의 과업에 집중해 확실히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수위를 부처별이 아닌 핵심 국정 과제 위주로 짜도 좋을 것이다.
넷째, 선거 승리의 동지가 대통령의 성공에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일을 해야 하는 자리에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앉혀야 한다. 인수위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비중과 충성도도 중요하겠지만 실무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해야 한다.
이 당선자는 과거의 당선자들과 다른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북핵 문제와 임박한 4월 총선, 그리고 자신을 겨냥한 "BBK 특검"이다. 총선은 취임 이후 40여 일 만에 치러진다. 하지만 당선자가 직접 총선을 챙긴다는 인상을 주면 바람직하지 않다.
강원택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 정진영 경희대학교 (국제학부). 이홍규 한국정보통신대학교(경영학) 교수
미국의 사례
어느 나라의 대통령 당선자치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처럼 되고 싶은 마음을 갖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루스벨트는 첫 출발을 잘한 최우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당선된 그는 취임 전 이미 뉴딜정책(대공황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의 골격을 세웠다. 취임 후 100일 안에 뉴딜정책의 기초가 된 각종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들이 모두 루스벨트처럼 성공적인 정권 인수와 국정 출범을 했던 것은 아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미국이 경제난에 처했는데도 정권 인수 시절 경제 회생의 비전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선거전에나 어울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초기 국정 방향을 잡는 바람에 몇 년 후 엄청난 예산 적자를 초래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를 수도 워싱턴에 꾸렸지만 정작 본인은 고향인 아칸소주에 머물며 이념적으로 치우친 국정을 구상해 인수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카터.클린턴 대통령은 주지사 출신이어서 중앙정치 무대의 비주류에 속했다. 그럼에도 카터는 이른바 "조지아 사단", 클린턴은 "아칸소 사단"이라고 불린 소수 측근에게 출발점부터 과도히 의존했다. 그 때문에 다양한 의견 수렴과 여러 계층을 끌어안는 데 실패한 채 국정 출범기를 보냈다. 이에 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 출신이나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인맥과 경험을 전수받은 점이 다르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에서 얻을 교훈은 신속한 비전 제시와 이를 이행할 정치적.법적 기반의 완비다. 반면 카터.레이건.클린턴 대통령의 사례는 인수 시절을 허비하거나 포용력 있는 인재 등용에 실패하면 시행착오를 겪고 정치적 대가를 치른다는 교훈을 말해 준다.
임성호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