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의 "차기 정부 국가전략 세미나"에서는 "지난 5년간 젊은 세대의 진보 성향이 약화됐으며, 이는 이른바 진보개혁세력이 국정철학의 빈곤과 독선을 보인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사회 이념지형의 변화-진보의 시대는 끝났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한 고려대 이내영(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우선 현재 대선 국면에 대해 "재미와 감동이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이처럼 밋밋한 대선이 진행되는 이유로 ▶경쟁이 누가 더 부도덕한가를 놓고 다툼을 벌이면서 정치 불신을 초래한 점 ▶정부여당의 무능과 부도덕성 등으로 한나라당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이 중 둘째 이유를 부각하며 이 교수는 바로 "한국의 "진보개혁세력"이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어 이 교수는 "2002년과 2004년 총선에서 진보개혁세력이 약진하면서 "향후 10년간은 진보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난 대선으로부터) 5년이 된 현재 한국 사회의 이념지형은 예상과 달라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출범 당시 정치권에서 진보개혁세력을 대변하는 듯하던 열린우리당은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추락했고, 그 명맥을 이은 대통합민주신당도 지지기반의 와해로 약화돼 있다. 진보정당을 표방했던 민주노동당도 자기정체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답보 상태다. 이 교수는 "시대정신을 찾아내지 못한 진보세력의 무능과 게으름이야말로 진보세력 위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진보 성향의 국민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보수의 비중이 두터워지진 않았다"며 "다수 국민은 여전히 보수 정치세력과 이념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나라당을 향해 "자기 혁신을 통해 합리적 보수로서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며 "그래야 젊은 층의 지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범여권을 향해서는 "이벤트를 통한 정권 재창출의 욕심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를 위해선 철저한 자기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