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EAI 공동 주최 `차기 정부 국가전략` 토론
이번 대선을 통해 구성될 다음 정부는 "아마추어 정부"에서 벗어나 "프로 정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복합적이고 변환적으로 판단하는 "혼혈(混血)리더십"을 발휘하는 이들이 새 정부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남궁욱 · 이종찬기자
29일 서울 전경련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차기 정부의 국가전략 세미나"에서 고려대 김병국(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10년간 국정을 각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지 않은 채 바로 나라살림을 맡은 이른바 "순종(純種)리더십"이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 대 진보, 성장 대 분배, 동맹 대 자주 등 시대착오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 생존전략을 세우기 위해선 "생각의 혼혈인"이 대거 참여한 "프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바람직한 혼혈 참모의 예는 미국의 경우 학계와 민간기구, 행정부를 수시로 오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다.
이 세미나는 대통령 선거를 50일 앞두고 이번 선거의 시대정신을 모색하고 국가 발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리서치가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가 설명한 프로 정부는 "다양한 창의성을 끌어내는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내는 설득력을 갖고 있으며, 반대세력까지 끌어안는 포용력과 구상을 실현해 내는 집행 능력을 복합적으로 갖춘 정부"다. 그는 이 기준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아마추어 정부"라고 분류했다. 김 교수는 "대북 정책만 봐도 지난 10년간의 두 정부는 "경제 지원을 통한 개혁.개방"이라는 서독식 신화에만 집착했다"며 "복합변환적이지 못한 이 같은 전략을 고집하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미아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 하영선(외교학과) 교수는 "글로벌 변환 경쟁과 한국의 생존번영 전략-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복합 변환의 시대"에는 국가도 늑대거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늑대거미는 평면(1차원)으로 거미줄을 치고 먹잇감을 기다리는 여느 거미와 달리 바닥과 양옆으로 다중(3차원) 그물을 친다. 하 교수는 이런 늑대거미의 습성에 대해 "발상의 변환을 통해 복합적 생존전략을 개발해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개념을 한.미동맹에 적용해 "미국과 구태의연한 냉전시대적 동맹만 주장하거나 반대로 탈냉전 동맹을 주장하는 단세포적 생각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한.미.중.일의 관계 속에서) 네트워크적인 동맹을 짜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밖에 세미나에는 임천순(세종대), 이내영(고려대), 이재열(서울대), 강원택(숭실대), 장훈(중앙대) 교수가 강연자로 참석했다.
◆"혼혈 리더십"=고려대 김병국 교수가 주장한 개념.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통해 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국정 운영 방식을 일컫는다. 김교수는 이런 리더십의 바람직한 예로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꼽았다. 올브라이트는 조지타운대 교수, 유엔 대사 등을 거쳐 장관에 올랐다. 서머스는 하버드대 교수,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재무부 차관을 거친 뒤 장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