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공교육 불신 원인은 - 전문가 분석

  • 2007-10-08
  • 임천순 (중앙일보)

교육소비주체 수요 다양해지는데
정부·정치권은 소모적인 논쟁만        

 

정부는 그동안 공교육 부실의 원인을 대입 과열현상과 이로 인한 사교육 확대 문제로만 접근해 왔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공교육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교육을 통로로 하는 기존의 성공 등식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대입 경쟁과 교육 수요가 계층.연령.취향.능력에 따라 다원화되고 있다. 특목고를 졸업한 인재들이 해외 유수 대학으로 진학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젊은 학생층과 화이트칼라 전문직을 중심으로 해외 유학을 새로운 성공의 징검다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기존 노동시장에서 국내 명문대 출신의 프리미엄이 줄어드는 현상도 있었다. 어렵게 명문대에 진학해도 치열한 취업경쟁을 피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대학의 서열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는 조기유학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조기유학이 명문대 진학 여부와 무관하게 자녀의 교육과정 중 대안이나 단계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었다. 공교육 문제가 단순히 대입 폐해 차원을 넘어 대안적인 교육 욕구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특이했다. 교육 소비 주체인 국민의 교육 선택 경로가 다양화하고 있는데도 교육 당국과 정치권은 여전히 공교육 정상화만을 지상 명제로 삼고 있다. 사학의 자율성을 둘러싼 논쟁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 주자들의 교육정책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가 급변하고 다양한 계층이 상호 경쟁하는 현대사회에서 "공교육 정상화론"이나 "시장 만능론"만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계층과 연령, 취향과 능력에 따라 다양해지는 교육 수요는 이미 단일한 원칙만으로 해소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교육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세분화되고 다층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교육이 살고 백년대계도 세울 수 있다.

임천순 EAI 국가인적자원패널 위원장ㆍ세종대학교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