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종교 미묘한 역학관계
올 대선에서 종교는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역대 대선에서 종교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적은 거의 없다. 종교는 지역이나 이념, 직업 등 투표 성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가 아니라 ‘보조 변수’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올 대선은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종교별 대선주자 지지 패턴이 형성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도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각각 기독교, 불교 신도들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5월 문화일보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독교 신자의 반수 이상(53.8%)이 이 전 시장을 지지했고, 불교 신자의 32.6%는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경우 불교 신자의 지지는 평균 지지도(22.4%)보다 무려 10.2%포인트나 높았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정교분리(政敎分離)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조차 종교는 정치의 중요한 변수”라며 “특히 올 대선에서는 종교별 대선주자 지지 성향이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종교별 지지 패턴이 형성되면서 대선주자들은 더욱 종교계 전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특정 종교에 편향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면 자칫 지지도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이 거의 모든 종교 행사에 골고루 참여하면서 고른 관심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 대선에서 종교가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기덕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조사팀장은 “이번 대선도 역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지역과 이념, 직업 등이 핵심 변수가 되고, 종교는 부차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보수적 성향의 불교 신자들의 지지가 다소 많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며, 이 전 시장의 경우도 지역·연령별로 골고루 지지를 받아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는 것이지, 기독교가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 2월 매일경제와 동아시아연구원이 실시한 ‘한국종교와 한국정치’라는 주제의 기획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종교가 개인의 정치적 태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평균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개 국가(평균 40%) 중 10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종교와 정치의 구분이 뚜렷한 이른바 ‘정교분리’사회임을 알 수 있다.
한편 200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종교 유형별 인구는 불교 신자가 1072만명(22.8%)으로 가장 많았고, 개신교 862만명(18.3%), 천주교 515만명(10.9%) 등의 순서였다. 정확한 조사치는 없지만 19세 이상 대선 유권자의 종교 분포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