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기독교-이명박, 불교-박근혜 지지

  • 2007-02-20
  • 김상민기자 (매일경제)

`개신교와 천주교는 이명박, 불교는 박근혜.`


여론조사에서 1ㆍ2위를 기록중인 대권주자들에 대한 종교인들의 지지 성향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소망교회 장로로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뚜렷한 종교가 없다.

 

이번 조사는 BBC와 매일경제신문 동아시아연구원(EAI)이 공동 기획한 세계 27개국 `종교와 정치` 현안 분석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가 맡았으며,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5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32명으로 대상으로 시행됐다. 세계 27개국의 여론조사 참여 인원은 2만8389명이다.

 

국제적인 조사 결과, 미국은 종교가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전체의 63%로 가장 높았다. 이는 미국에서 복음주의교회(Evangelical)의 교세와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결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은 정치와 종교의 영역 구분이 뚜렷했다.

 

`정치ㆍ사회적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종교에 영향을 크게 받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25%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 27개국 중 24위에 해당하며, 전체 평균 48%에 비해 크게 낮다. 다만 종교가 개인에게 미치는 정치ㆍ사회적 영향은 종교별로 크게 달랐다. 기독교인의 48%가 자신의 정치적 태도를 종교 논리와 결부시킨 반면 천주교 신자는 23%였고, 불교신자는 16%에 그쳤다.

 

기독교인의 이념 성향은 급격하게 중도보수로 이동하는 특징을 보였다. 자기 이념의 점수가 2004년 4.8점에서 지난해 말에는 5.4점으로 높아진 것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보수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기독교인의 이념적 보수화 현상은 최근 기독교 교단이 안보 및 북핵 문제, 사학법 개정 등 다양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정치적 발언권을 높여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은 지난 16대 대선에서 33%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반면 46%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해 대체로 친여 성향을 보였다. 당시 불교인의 경우 44%가 이회창 후보를, 34%가 노무현 후보를 선택해 기독교인과 다른 투표 행태를 나타냈다. 천주교 신자는 이 후보 42%, 노 후보 40%로 거의 대등한 분포를 보였다.

올해 17대 대선에서는 종교별 대선지지 행태가 뚜렷하게 갈라졌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최대 신자 수를 자랑하는 불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고건 전 총리가 사퇴하기 이전의 여론조사이지만 28%의 지지율로 20%의 이명박 전 시장을 앞선 것이다. 기독교인인 이명박 전 시장은 기독교와 천주교에서 각각 38%와 30%의 지지율을 보여 박근혜 후보를 앞질렀다. 종교가 없다는 계층에서도 이명박 전 시장은 25%의 지지율로 11%의 박근혜 전 대표를 앞섰다.

 

정한울 부소장은 "정치와 종교 분리가 뚜렷한 한국에서조차 종교별 투표 성향의 차이로 인해 각 대권주자들은 각종 종교행사를 통해 표심을 잡기에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대립과 편 가르기가 횡행하는 대선의 해인 만큼 종교의 사회ㆍ정치적 역할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치인의 종교에 대한 책임도 높은 만큼 화해와 상생의 상징인 종교를 정치적 균열선으로 악용하거나 상대 공격의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구와 이슬람 갈등`의 원인과 관련해서는 `문명의 충돌`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이익 다툼`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전 세계 여론조사에서 문명의 충돌은 29%인 반면 정치적 이익 다툼이라는 의견은 52%에 달한 것이다. 특히 서구와 이슬람간 갈등은 양측 소수 극단주의자가 원인이라는 의견이 39%나 됐다.

 

이상협 EAI 여론분석센터 차장은 "현재 세계 여론은 9ㆍ11 테러 직후 확산됐던 반테러주의ㆍ반이슬람 분위기가 보다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