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신문고] 사회적 비용, 사회적 책임

  • 2007-02-09
  • 심재웅 (내일신문)

최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2005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1만1000여건의 집회와 시위로 인한 모든 직접적, 간접적 비용을 합한 사회적 비용을 모두 더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1.5%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라는 추산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2000년 이후에 1000명 이상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로 인한 경찰인력의 투입, 교통지체로 인한 비용, 시위현장 영업점의 손실, 시위참가로 인한 생산의 손실, 그리고 일반 국민의 심리적 부담을 모두 고려할 때, 이러한 시위가 만일 모두 불법적이라면 최대 12조원 이상의 시회적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며, 만일 모든 시위가 합법적이라도 7조원 규모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사회적 비용을 계산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공공분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경제활동비의 손실, 질서유지비의 부담, 교통지체로 인한 비용 등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을 추산한 연구결과도 최근에 발표되었다. 단국대 분쟁해결센터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평택미군기지 이전반대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5대 주요 공공분쟁의 사회적 비용을 모두 합하면 134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이 비용은 사업이 지연되는 데 따르는 비용을 포함하지 많은 것으로 사업지연비용을 포함하면 분쟁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 시위가 더 먹혀들어가

이처럼 시위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불법적인 시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해 동아시아연구원(EAI)이 1987년 이후 5400여건의 시위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합법적인 시위대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비율은 25%인 반면 불법적인 시위대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비율은 29%로 불법적인 시위대의 요구가 통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는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시위가 먹혀 들어가는 역설적인 상황이 조성된 데에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부안 방폐장 갈등의 경우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당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관련 기관이 사업의 추진을 무리하게 진행하려고 했던 과정이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었다. 이 후 주민투표를 통한 방폐장 유치결정과정과 비교하면 절차적 합리성이 있고 없음에 따른 결과의 차이는 분명하다.

이와 같은 시위와 갈등의 사회적 비용을 추산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며 정확한 집계인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과도한 갈등과 분쟁으로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만큼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이와 같은 시위와 갈등의 비용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시위가 사회적 약자가 자기 자신의 최소한의 권리를 방어하는 자기보호의 최후적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러한 입장은 더 나아가 시위로 하여 발생한 긍정적인 사회적 이득에 대한 고려가 없이 사회적 비용의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의 당사자이거나 대변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시민사회단체도 이제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대에는 사회적 비용을 따지기보다는 사회적 약자의 주장을 직접적인 방법으로 주장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위에만 의존하는 이전의 방식으로는 일반 시민의 지지와 호응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새 방향 모색해야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당사자의 직접적인 비용보다는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비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시위 당사자들이 지불하는 비용도 있지만 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는 간접적인 피해자들도 있다. 그러한 사회적인 비용을 주로 부담하는 사람들도 결국 따지고 보면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공공기관이 부담하여야 하는 경우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시위와 갈등의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하면서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이며 이것이 민주화 시대의 사회적 책임일 것이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