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발표 EAI 전문가 여론조사 결과

  • 2006-09-13
  • 심규진기자 (미디어다음)
미국은 FTA 협상총력, 정치권은 안보 논란에만 올인? 

이념따라 전작통권, 주한미군 감축 견해차 팽팽
"노 대통령, 한미동맹 건재 보여주기보다 FTA 협상 준비에 힘써달라" 


국내 전문가들의 정치 이념 성향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 여부에 대한 인식과 한미동맹에 대한 태도가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성향의 전문가일수록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았을 것이며, 자주외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보수적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응답과 한미동맹이 더욱 요구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과 한국의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크게 다르다는 시각을 보였다. 미국은 FTA라는 경제 이슈에 주력하는데 반해, 국내는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도 안보 이슈에 치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김병국, www.eai.or.kr) 여론분석센터는 8월 22일부터 열흘간 외교안보전문가 395명을 대상으로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한미 FTA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정치학, 외교학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45%, 국회의원 보좌관 38%였다. 이념분포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29%가 진보성향, 17%가 중도, 44%가 보수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45.5세, 월가계 소득의 중간값은 550만원 수준이다.

■ 조사 기획 및 분석 작업 : 이내영 여론분석센터 소장(고려대 교수),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원칠 동아시아연구원 선임연구원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한미동맹 악화됐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 전문가 395명 가운데 74%는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한미 동맹은 악화됐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미 동맹에 대한 청와대의 낙관론과는 크게 상반된 결과다. 특히 여당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조차 "악화되고 있다"는 응답이42%로 "진전되고 있다"는 응답(30%)보다 많았다.

[그림 1] 노 정권 출범 이후 한미동맹 평가 


전문가들은 이념 성향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 여부에 대한 판단과 한미동맹에 대한 태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북한이 핵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보수 성향 전문가들은 80%가 "그렇다"고 대답한 데 반해, 진보 성향 전문가들은 4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스스로 핵 보유를 선언한 바 있다.

이같은 북핵에 대한 인식 차이는 한미공조에 대한 태도의 차이로도 연결됐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답한 전문가 3명 중 2명은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반면 자주 외교를 강화하자는 입장은 16%에 불과했다.

 

반대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이들은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자주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각각 42%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림 2] 북한 핵보유 인식에 따른 한미관계에 대한 태도 차이 


국내 전문가들은 북핵문제의 해법으로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노력"을 꼽았다. "북미간 직접대화"는 25%.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12%, 군사적 조치는 4% 였다.

 

전시작전통제권,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견해차 팽팽

한미간 안보 현안으로 급부상한 전시작전통제권 이양과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 집단 내의 시각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 40%, "2009년 이전이라도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은 7%였다. 반면 "2012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은 31%, "통일 이전에 환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19%였다.

 

이 문제 역시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진보 성향의 전문가 80%가 "2012년 이전 환수"에 찬성했지만, 보수 성향 전문가의 74%는 2012년 이후로 미루자고 답했다. 여당 지지 성향의 전문가는 86%가 2012년 이전 환수를 주장했고, 한나라당 지지 전문가는 19%만이 이 주장에 동의했다.


[그림 3] 이념별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에 대한 태도 차이 


주한미군 감축안에 대해서도 보수층의 66%가 우려의 시선을 나타낸데 반해, 진보층은 29%만이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 2004년 실시한 조사결과에 비하면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2004년에는 진보성향의 전문가 가운데 46%가 주한미군 감축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었다.


[그림 4] 2004-2006년 이념별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인식 비교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이 한미FTA 문제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국이 한미FTA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회담에 임할 경우, 명분 대신 실리를 뺏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의 56%는 "대비책을 충분히 준비한 이후로 협상체결을 미루어야 한다"고 답한 반면 "부족한 점을 서둘러 보완하여 이번 기회에 한미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답변은 39%에 그쳤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실제 노무현 대통령의 유럽 순방 중 북핵 및 한미동맹 관련 발언이 국내에서 논란을 빚으면서 정상회담의 아젠다로 안보이슈만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무부가 공식 문서인 지난 8월 16일자 워싱턴 파일에서 FTA 문제를 6자회담 문제와 함께 정상회담의 최우선 아젠다로 공표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FTA에 대한 대응이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이내영 소장은 "미국이 립서비스 수준의 한미공조원칙을 내세우면서, 한미FTA에서 실질적인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에 대한 논란을 정상회담이라는 일시적 이벤트로 잠재우려 하지 말고, 한미FTA에 대한 치밀한 전략적 대응을 노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