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간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전반적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55.3%로 나타나 "잘하고 있다"는 비율(41.9%)보다 높았다. 취임 1백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잘한다"는 평가가 44.2%였음을 감안하면 당시보다 여론이 다소 나빠졌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는 호남(68.3%).강원(58.7%) 두곳에서만 50% 이상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타났고, 서울에서의 호의적 평가는 31.3%로 가장 낮았다. 부산.경남지역의 긍정적 평가는 42.9%로 평균과 비슷했다. 연령별로는 흥미롭게도 40대층에서 호의적인 평가가 가장 낮았다.
통일.외교 분야에 대한 평가는 41.1%가 잘하는 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는데 이는 경제.노동 등 다른 분야에 대한 평가에 비해 높은 수치다. 취임 초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었던 통일.외교 분야는 盧대통령의 미국.일본.중국 방문 등으로 취임 초에 비해서는 국민이 다소 안정감을 느끼는 듯하다.
6개월 뒤의 한반도 안보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51.5%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나타냈고, 참여정부의 햇볕정책 계승발전에 대해서도 60.9%가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경제 부문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낮았다. 단지 21.9%의 응답자들만이 지난 6개월간의 정책수행이 "잘하는 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16.8%, 30대가 17.7%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가 특히 낮았고,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 층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연령.직업적으로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인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 현장에서 느끼는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경제불안 문제는 지난 대선 때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盧대통령에게 막바지 힘을 보태줬던 40대층에서 "노무현 지지도"의 하락을 설명하는 한 원인일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초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20.5%만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았는데 이 수치는 취임 1백일 여론조사의 결과와 거의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은 37.8%에서 23.8%로 낮아져 기대감이 다소 회복되는 기미도 보인다.
경제 분야와 함께 노동 분야 정책에 대한 盧대통령의 평가도 매우 낮게 나타났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4.5%에 불과했고,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72.1%에 달했다. 노동 문제는 이익집단 간 갈등 문제와 관련해 함께 살펴보아야 할 사안이다. 이번 조사에선 노조 등 이익집단이 여당이나 야당보다 국정혼선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노동 문제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 대해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향후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경제회복에 이어 사회갈등 해소가 10.3%로 둘째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는 외교.안보상의 중요 현안인 북한 핵위기 해결 (9.0%)보다도 높은 수치다.
노무현 정부 6개월을 되돌아볼 때 검사와의 대화를 인상깊게 기억하는 이가 많지만, 실제로 검찰 등 권력기관의 독립이 어느 정도 이뤄졌느냐 하는 데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51.4%가 권력기관의 독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43%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보았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외교.안보 분야에서 다소 안정감을 찾은 것을 제외하면 국민의 일반적인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국민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할까?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혼선이 있다면 누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24.7%는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 뒤를 이어 청와대 참모(15.6%).노조 등 이익집단(14.6%).국무위원(14.5%).야당(9.6%).여당(8.2%).언론(5%)의 순이었다.
대통령제하에서 국정운영의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 개인이 져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것은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이보다 오히려 청와대 참모.국무위원 등 대통령의 보좌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라는 평가가 30%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여당(8.2%)까지 포함하면 전체 응답자의 40% 정도는 현 정부의 국정혼선 원인을 대통령 주변의 참모.보좌.협의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盧대통령 정부 들어 국정운영의 "시스템"이야기가 많이 오갔지만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 그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동아시아연구원 여론조사센터=이내영(고려대).강원택(숭실대.대표집필).이연호(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