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Opinion Memo]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인식의 복합성](../images/bg_tmp.jpg)
EAI 오피니언 메모 No.1
작성자
정원칠, EAI 선임연구원
정치권발 경제민주화 논쟁이 한창이다. 경제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서 촉발된 경제민주화 논쟁은 어느새 ‘대기업 개혁’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정치권 공통의 이슈로 확장되었다. 대선주자들의 관련 공약도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정치권은 국민들의 생각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 책무성에 대한 정부 규제, 필요하다 82%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위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올 1월 EAI가 영국의 BBC와 국제조사전문기관인 GlobeScan과 공동으로 “대기업에 대한 인식” 국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1)
“정부는 대기업이 국민과 환경에 대해 보다 많은 책임감을 갖도록 강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물음에 대해 응답자의 8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비율은 16%였고 모름/무응답의 응답비율이 2%였다. 82%라는 높은 응답비율은 환경과 사회에 대한 당위적 인식을 고려하더라도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한국 대기업에 대한 적지 않은 불신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 중 대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답한 비율은 70%였다. ‘작다’고 답한 비율은 모름/무응답의 2%를 제외한 28%였다. 반면 사회적 신뢰도에 있어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비율은 44%로 ‘신뢰하지 않는다’의 55%보다 낮았다. 모름/무응답은 1%였다.
이처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큰 데 반해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대기업의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가 낮다는 평가로부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문제해결에 있어 대기업의 기여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8%였지만 ‘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6%에 달했다.
한국 국민들의 대기업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의 조사결과와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하다.2) 조사에 참여한 22개국 결과 중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평균값을 살펴보면 ‘크다’고 답한 응답비율이 62%였고 ‘작다’고 답한 응답비율이 34%였다. 크다고 답한 비율만을 보면 우리 국민들의 응답비율이 8% 포인트 더 높다. 사회적 신뢰도의 응답비율의 경우 ‘신뢰한다’는 응답비율이 53%였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비율이 43%였다. 한국의 경우 신뢰한다는 응답이 전체평균과 비교하여 9% 포인트 낮다.
사회적 문제해결 기여도에 대한 22개국 조사결과의 평균은 ‘잘하고 있다’는 응답비율이 47%고. ‘못하고 있다’는 응답비율이 41%였다. 결국 우리 국민들은 대기업이 행사하는 영향력에 비해 신뢰수준은 낮고 사회적 문제해결에 대한 기여도 낮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것이 기업의 책임에 대한 규제여론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1] 국민들의 대기업 인식(%)
* 그래프에서 음영이 없는 부분은 모름/무응답을 나타냄
2011년 파워기관조사, 영향력 1위는 삼성, 신뢰도 1위는 현대차
그렇다고 이러한 전체 대기업 집단에 대한 불신이 개별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등치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여타의 조직과 비교해보면 개별 대기업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집단이다. 삼성과 현대차와 같은 개별 대기업들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AI는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2010년을 제외하고 2005년부터 매년 “파워기관 신뢰영향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3) 25개 내외의 조사대상 기관 중 영향력과 신뢰도 평가에서 줄곧 삼성, 현대차, SK, LG와 같은 개별 대기업들이 다른 그 어떤 기관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조사결과만을 보더라도 영향력 1위는 삼성, 2위는 현대차였다. 신뢰도 1위는 현대차 그리고 2위는 삼성이었다. SK는 영향력과 신뢰도 모두에서 3위였고 LG의 영향력은 6위 신뢰도는 5위였다.
이에 반해 정치권과 정당, 정부부처에 대한 영향력과 신뢰도 평가결과는 개별 대기업들에 훨씬 부정적이었다. 2005년 첫 조사 이후 공통적으로 포함되었던 조사대상인 새누리당(한나라당), 민주당(민주통합당), 민주노동당의 조사결과를 합하여 정당평가의 평균을 내어 살펴보면, 2005년 조사 이후 영향력과 신뢰도 부문 모두에서 개별 대기업들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다. 청와대, 검찰, 경찰, 국세청, 금감원, 국정원과 같은 정부부처 조사결과 역시 개별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미치지 못했다. 개별 대기업들은 강한 영향력과 높은 신뢰도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부부처들은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가 낮고, 정당들은 영향력과 신뢰도 모두 낮게 평가받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표1] 대상 집단별 영향력 신뢰도 평균점수
[그림2] 2011 파워기관 신뢰영향력 조사결과 분포(점)
대기업을 바라보는 복합적 인식
종합해보면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다차원적이며 복합적이다. 대기업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공(功)이 있다. 동시에 정부의 보호와 사회적 희생 속에 특혜를 누려온 과(過)도 공존한다. 또한, 집단으로서 대기업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자 자기 이익을 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며, 정부의 규제를 정당화하는 인식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개별 기관으로서의 대기업은 다른 영향력 있는 집단에 비해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삼성, 현대차 등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벌여온 순수 사회공헌활동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평가라고 보기 보다 국제무대에서도 통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성장해온 경쟁력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기업의 공과, 개별기업과 전체 기업집단에 대한 국민 인식이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 경제민주화와 관련하여 대기업 집단에 대한 개혁이 강조되고 있는데 지나치게 명(明)과 암(暗) 한쪽 측면만 부각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면적, 편향적 인식에 기반한 정책은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보다 정교하고 균형 잡힌 정책제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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