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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던 국방개혁법안이 지난해 6월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상정되고 7개월이 넘도록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18대 국회 회기 내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정부의 국방개혁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을 파악하고 향후 한국 국방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2012년 1월 27일 홍규덕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모시고, “안보 정세 변화와 국방개혁의 당위성”이라는 주제로 제17회 인프라비전 포럼을 개최하였다. 홍규덕 실장은 변화하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국방개혁의 지향점과 필요성을 설명하였고 이어서 토론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주요 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방개혁의 배경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정세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상대적 쇠퇴기에 접어든 미국과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역내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중국은 한반도 안보 환경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내부 결속 차원에서 대남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북한은 한국 안보에 가장 중대한 위협요인이다.

 

복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국내 인구구조의 변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다른 국내정치 현안에 밀려 국가안보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현 국회의 상황도 한국 안보 정책이 직면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은 군정軍政(Military Administration, 군사력 건설, 유지, 관리하는 양병養兵 기능)과 군령軍令(Military Command, 건설된 군사력의 작전 운용 기능)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한국 국방 조직이 실질적인 북한의 도발 앞에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천안함 사태 당시 피격일 경우 작전권이 있는 합참의장이, 좌초일 경우 행정권이 있는 해군참모총장이 지휘권을 가지기 때문에 좌초냐 피격이냐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사태는 종료되고 한국은 북한의 도발을 응징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북한이 비대칭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 빠른 결심을 내릴 수 있도록 행정화된 국방조직을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방개혁의 주요내용

 

3대 개혁 중점

 

적극적 억제능력의 제고 : 연평도,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 군의 억제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억제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지도발 및 비대칭 위협대비 전력을 우선 보강하고, 전투형 군대 육성 및 정신전력 강화를 추진한다.

 

합동성 강화 : 각 군의 독자성은 유지하면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통합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합동성을 강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한다.

 

효율성 극대화 : 각 군 간에 중첩되고 낭비가 발생하는 요소를 줄이고 이를 필수분야에 재분배함으로써 효율적 구조로 군 조직을 개편한다.

 

핵심쟁점 : 상부지휘구조 개편

 

국방개혁은 현존전력 발휘 완전성 보장과 국지도발대비 능력 확보를 목표로 진행되는 37개 단기과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대비하여 핵심능력을 구비하고 국방 선진화 기반을 확대하는 20개 중기과제, 포괄안보위협에 대처 가능한 군사구조로 한국 군을 변혁하고 선진국 수준의 정예화된 국방력을 확보하는 16개 장기과제, 총 73개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상부지휘구조 개편’ 37개 단기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의 핵심은 [그림 1]과 같이 기존 지휘체계에서 합참의장이 군령을, 각군 참모총장이 군정을 담당하도록 이원화 되어있는 구조를 단순하게 일원화 하는 것이다.

 

그림 1 이원화된 한국군 지휘체계

 

구체적으로는 합동참모본부 임무에 각군 작전지휘감독 기능을 명시하여 합창의장의 권한을 명확하게 하고 제한적인 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기존에 전•평시 군정권만 행사했던 각군 참모총장들에게는 군령권을 부여하여 해당 군의 작전지휘 및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국방개혁의 필요성

 

변화하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 대응

 

오늘날 한반도는 포괄적 안보위협에 직면해 있다. 북한과의 전면전이라는 전통적 안보 위협에 더하여, 테러, 자연재해 등 초국가적 안보위협 및 비대칭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북한의 국지도발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포괄적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 노력은 복지수요 증대로 향후 국방비 지출에 대한 감축 압박이 거세질 수 밖에 없는 국내정치 맥락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향후 국방개혁이 군의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그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합동성을 강화시켜 더욱 효율적인 군 조직으로 개편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이다.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 대비

 

안정적인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2015년까지 주한미군이 담당해 왔던 핵심군사능력을 확보하고 한미 군사협조기구의 편성 및 운용이 완료되어 완전임무수행능력(Full Mission-Capable: FMC)를 구비하기 위해서는 2014년까지 완전운용능력(Full Operational Capability: FOC)을, 2013년까지는 기본운용능력(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 IOC)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최소한 2012년까지 IOC 확보를 위한 조직편성, 계획수립, 운용절차 정립 등의 과제가 완료되어야 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에 따른 새로운 작전계획과 예규 작성이 마무리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2012년 내 한국군 합참 및 각군 본부 재편이 마무리 되어야 2013년부터 한국군이 작전을 주도하고 미군이 이를 지원하는 연습과 훈련을 진행해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방개혁법안이 18대 국회 회기 내 처리되지 못하면 2015년까지 전시작전권을 전환하는 계획은 상당 부분 차질을 빗게 된다.

 

세계적 추세

 

세계 주요 31개국 대부분이 군정•군령을 통합하고 있다. 독일은 군정•군령을 통합하고 합참의장을 군 최고지휘관으로 격상시켜 단일지휘체계를 확립하는 국방개혁을 추진하였다. 영국과 프랑스도 합참의장의 작전지휘 계선系線(Chain of Operational Command)에 각군 참모총장을 포함시켜 각 군 본부를 전투임무 중심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이 현재와 같은 이원화된 지휘구조를 유지해 왔던 것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 지휘시스템과의 상호호환성 유지를 위해서였다. 미군은 본토에서 각군 본부가 군정(모병, 교육훈련, 작전지원)을 담당하여 전 세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통합사령부를 지원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 조차도 베트남전을 교훈으로 삼아 1986년 골드워터-니콜라스 법(Goldwater-Nichols Act)을 제정하여 군 합동성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현재 “보다 작고, 가볍고, 빠르고, 유연한 합동군” 건설을 지향하고 있다.

 

반복된 국방개혁의 실패

 

이원화된 군정과 군령을 통합하는 상부지휘구조 개편 시도는 이번 정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1968년 1•21사태를 겪은 이후 특명검열단장을 이스라엘에 파견, 각군 본부를 군정•군령이 통합된 전투사령부로 개편하려 했던 박정희 정부에서부터 독자적 국가방위 역량 확충을 위해 참모총장에게 각 군 지휘권을 부여하려 했던 노태우 정부, 21세기 위원회를 통해 군정•군령 통합안을 작성했던 김영삼 정부, 국방정책검토위원회를 통해 군정•군령 이원화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던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한국군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숙원 사업이다. 매번 정치 현안과 일부 계층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 되어왔던 국방개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

 

국방개혁은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태로부터 얻은 교훈을 반영하여 지휘구조 단일화와 의사결정과정을 단축시켜 위기 상황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환(structural transformation)을 추진하고, 각군 본부와 작전사를 통합함으로써 중복된 직위들을 과감하게 줄여 나가는 한국판 효율화(efficiency initiative) 정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18대 국회에서 정치적 이유로 법안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국회가 주도하여 양당 합의하에 국방개혁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

 

 


 

 

홍규덕 국방국 국방개혁실장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립대학(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엔 군축위원회 및 총회 제1위원회 정부대표, 외교통상부 국제기구 담당관 및 조약국 자문위원, 국방부 정책실 자문위원,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 위원, 통일부 정책실 자문위원, 국제정책연구원 원장 및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역임한 바 있다.

 

사회자

전재성, 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토론자

김귀근, 연합뉴스 기자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

김영호, 국방대학교 교수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신성호, 서울대학교 교수

이상현,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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