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시아연구원은 향후 10년간 한국 외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2011년 3월 22일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제1차관을 모시고, “2010년대 한국외교의 방향과 주요과제”라는 주제로 제14회 인프라비전 포럼을 개최하였다. 신각수 전 차관은 한국 외교 환경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국외교의 지향점과 주요과제를 제시하였고 이어서 토론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발표 및 주요 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외교의 환경
국제질서 변화 양상
냉전 이후 단극체제에서 중층적 다극체제로 변모하였고, 특히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아시아 시대, 태평양 시대의 도래가 앞당겨지고 있다.
식량, 에너지, 물과 같은 다양한 범세계적 문제가 확산되고 국내문제와 국제문제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한편,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환에 따른 글로벌 거버넌스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TGIF (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 등의 매체를 통해 정보주체의 편재화遍在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다양한 비국가행위자들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복합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동북아 및 동아시아 질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재개입(re-engagement)으로 인해 양자간의 협력과 경쟁이 확대되고 있으며, 서로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함에 따라 향후 미중관계가 안정화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일본과 러시아의 쇠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나, 러시아의 경우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내재되어 있고, 2012년 이후 푸틴 행정부가 재집권하게 되면 러시아의 대외정책이 더욱 역동성을 띄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 및 동아시아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느슨한 형태의 열린 지역주의가 완만한 진전을 이룩하고 있다.
북한 동향
권력 3대 세습, 구조적 경제난, 외교적 고립, 내부 불만 고조와 같은 4대 악재로 인해 불안정성이 증대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의 세습과정에 비해 후계수업이 미진하고, 장기간 지속된 선군정치로 인해 군부의 입김이 강화된 상황에서, 외부 정보의 유입마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세습체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이다.
북한은 내외환경의 악화에 따라 더 이상 핵을 외교적 카드로 인식하지 않고 생존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의 창은 상당히 좁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개혁’ 또는 ‘내부폭발’ 보다 ‘현상유지’(muddle through)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내부모순의 증대로 얼마나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 위상의 변화
한국은 남북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오래 전에 확보하였고, 특히 이명박 정부는 중견국가의 역량을 토대로 적극적 대외정책(Global Korea)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외교의 지향점 및 주요과제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의 조화 : 연미화중聯美和中
한미 양국 사회 전반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공유될 수 있도록 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성숙을 위해 현재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 내부적으로도 아직 북한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논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중국이 방향을 선회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중국에 대해 우리 입장을 납득시키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안보리, 6자 회담 차원에서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러시아의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중 레버리지(leverage)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러시아를 잘 활용해야 한다. 러시아는 일본과 북방 도서 문제가 걸려있고, 극동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내심 원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여 러시아의 대한반도정책을 한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연미화중의 성패는 미중양국 관계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에 달려있다. 기본적으로 미중양국 사이의 신뢰가 부족한 것이 문제이므로, 북한 문제를 포함하여 논란이 진행중인 구체적인 사안에서 벗어나 비전통안보문제와 같이 거부감이 덜한 영역에서부터 미중간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포럼을 한국 주도로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 및 통일외교 전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하기까지, 또는 이를 거부하고 지연작전으로 나올 경우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한국 정부는 그랜드바겐(Grand Bargain)과 투트랙(Two Track)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랜드바겐을 통해 제안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북한과 5자, 그리고 5자 내부의 줄다리기에 대한 조정전략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독일 통일 당시 동독을 지원하는 소련은 쇠퇴하고 있었으나,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은 현재 부상하고 있어 통일을 추진함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가 걸려있다.
통일은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도래할 수 있으므로 한국의 가치에 의한 통일, 국민통합, 안보태세 강화를 추구하면서 원칙 있는 관여(engagement)와 급변사태 대비라는 이중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중견국가로서의 위상 확보 및 네트워크 강화
네덜란드, 호주,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을 벤치마킹하여 한국형 중견국 외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5-10년 안에 유엔안보리, G20체제를 포함하여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가 새롭게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새로운 체제구축에 한국이 포함되어 한국의 국력에 상응하는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가 아직 실체가 있는 하나의 지역그룹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인위적으로 한국이 속할 다양한 그룹을 형성해 나가야 하며 따라서 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아류亞流라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국 특색의 브랜드 개발을 통해 소프트 파워 자산을 증대시켜야 한다.
무역국가로서의 안전한 환경 확보
도하라운드의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므로 다각적으로 무역 및 투자 자유화 조치를 마련하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에너지자원 안보 전략을 추구하며, 해군력 증강을 통한 해상수송로 안전 확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 외교 시스템 개선
미국 외교가 민간영역 역량을 외교역량에 결집시키며 세계 외교무대에서 앞서나가고 있듯이, 한국도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축하여 21세기 한국 외교의 개념과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고, 한국 외교 시스템 전반을 개선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빈약한 외교인력의 시급한 확충이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한국 외교에 요구되는 복합 네트워크 구축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직능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여 한국 외교 역량을 전반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초당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한국적 가치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인본주의, 문화주의 등을 포함하여,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독특한 경험을 반영한 한국적 외교철학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같이 강대국을 이웃으로 둔 중견국은 외교에 사활적인 이익이 걸려있으므로, 외교정책에 현재보다 많은 비중을 실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교 영역에 있어서 통제조정기능을 강화하여, 보다 기민하고 효율적으로 대외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제9회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일본 대사관 서기관, 아주국 동북아1과 과장, 유엔 대표부 참사관•차석 대사, 조약국장, 주 이스라엘 대사 등을 거쳐 제2차관과 제1차관을 역임하였다.
사회자
이숙종,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토론자
마상윤, 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범식, 서울대학교 교수
이동휘,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전재성, 서울대학교 교수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최 강,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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