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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OPINION Review No. 201006-03

 

EAI ∙ SBS ∙ 중앙일보 ∙ 한국리서치 공동

<제5회 지방선거 전국패널 1~2차 조사 >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6.2 지방선거와 세대균열

 

이번 지방선거의 뚜렷한 특징의 하나는 2002년 노대통령의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세대균열이 부활했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20.30대 젊은 세대와 50대 이상 나이 든 세대의 투표성향이 확연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두 세대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가진 40대가 야당지지로 기울면서 여당이 고전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아래 [표1]은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세대별로 수도권의 후보지지율을 비교한 결과이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선거에서 20-30대의 경우 56.7~70.5%가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한 반면, 50대 이상 유권자 가운데 57.6~80.7%는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세대별 표심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40대 가운데는 37.4~ 46.1%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 반면, 53.0~60.7%는 야권 후보를 지지해서 야당의 선전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1] 6.2 지방선거 수도권의 세대별 한나라당과 제1야당 후보 지지율 (%)

 

* 자료: 2010 지방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이러한 세대별 투표성향의 차이는 2002년 대선과 매우 흡사하다. 아래의 [표2]가 보여주듯이 2002년 대선에서 20-30대는 노무현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반면 50대 이상의 연령층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내는 세대균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세대균열은 2007년 대선에서 현저하게 약화되어 이명박 후보는 20-30대를 포함한 모든 연령대에서 정동영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를 획득했다. 2008년 총선에서는 세대별 투표성향의 차이가 남아있었지만 상당히 약화되었다. 20대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높았지만, 30대 이상 유권자들은 공통적으로 민주당보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결국 2002년 대선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세대균열이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엷어졌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시 부활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표2] 세대별 대선/총선 지지율 : 2002년 대선,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정당투표 (%)

 

* 자료: MBC-KRC 공동 여론조사(2002), EAI 17대 대선패널 사후조사(2007), EAI 17대 총선패널 2차 조사(2008)

 

왜 세대균열이 부활했나?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약화되었던 세대정치가 부활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요인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젊은 세대가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야당에 대한 지지로 돌아서게 했을까?

 

젊은 세대의 MB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높은 불만

 

세대별 투표행태의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우선 젊은 세대일수록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래의 [표3]이 보여주듯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20대와 30대는 ‘잘하고 있다’는 평가 비율보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하는 비율 높은 반면 , 50대 이상에서는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높았다. 젊은 세대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던 젊은 세대의 상당수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실망하였고, 그 결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였다고 추측할 수 있다.

 

[표3]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세대별 평가(%)

* 자료: 2010 지방선거 전국패널 2차 조사(6.3-5)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아래의 [표4]가 보여주는 것처럼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했는가를 연령대별로 분석하였다. 응답자 전체를 보면 이명박 후보 투표자 가운데 65.3%가 금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다시 투표했지만, 12.3%는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고, 12.3%는 기타 정당후보에게, 나머지 10.1%는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젊은 세대일수록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이 낮고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대의 경우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의 34.6%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나서 이명박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던 젊은 지지층의 이탈이 나타났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표4] 2007년 대선 시 이명박 후보 투표자의 연령대별 지방선거 투표성향 (%) : 404명

* 자료: 2010 지방선거 전국패널 1차 조사(2010.5.4-6), 2차 조사(2010.6.3-5)

 

국정운영 불만의 이유

 

젊은 세대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다른 세대에 비해 더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젊은 세대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우선 탈권위주의적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정부여당의 독선과 소통부재의 정치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특히 민주적 가치를 내면화한 세대인 20-30대들이 미네르바 사건, 연예인 김제동의 방송하차 논란 등을 통해 현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방식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행태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추측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는 점은 [그림1]이 보여주는 것처럼 정치적 질서와 자유에 대한 태도가 세대별로 뚜렷한 차이가 있고, 젊은 세대일수록 질서보다는 자유를 중요시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그림1] 정치적 질서와 자유에 대한 세대별 태도의 비교

 

* 자료: 2010 지방선거 전국패널 2차 조사

 

또한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들인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젊은 세대일수록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조사결과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의 이유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아래 [그림2]가 보여주는 것처럼 젊은 세대일수록 4대강 사업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젊은 세대일수록 환경문제에 민감한 경향이 있고 따라서 4대강 사업이 환경파괴를 초래한다는 반대세력의 주장에 젊은 세대가 공감하게 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림2] 4대강 사업에 대한 세대별 태도

 

* 자료: 2010 지방선거 전국패널 2차 조사

 

천안함 사건과 역풍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안보불안과 강경대북정책의 기조에 대해 젊은 층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것도 젊은 세대의 투표성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선 아래의 [표5]는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하여 북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대응에 대해 세대별로 뚜렷하게 상이한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20대의 경우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6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30대와 40대의 경우에도 각각 59.9%, 53.7%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보다 높았다.

 

또한 젊은 세대는 천안함 침몰사건 처리를 정부여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해왔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함 침몰사건 발표에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20대의 87.1%, 30대의 77.9%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대답한데 비해, 50대는 59.5%, 60대이상은 48.2%만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나아가 젊은 세대는 천안함 침몰에 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믿지 못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얼마나 신뢰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해 세대별로 신뢰의 정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신뢰하는 비율이 50대에서 91.3%, 60대 이상에서 88.5%에 달했지만, 40대에서 62.4%, 30대에서 41.8%, 20대에서 45.8%에 불과했다.

 

[표5] 천안함 침몰 관련 북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대응에 대한 세대별 평가(%)

 

* 자료: 2010 지방선거 전국패널 2차 조사 (매우 잘못하고 있다,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비율의 합)

 

요약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은 한편으로는 보수층의 안보불안을 야기하여 한나라당 지지를 결집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진보층과 젊은 세대에서는 정부여당이 천암함 침몰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가지게 되고, 정부의 강경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분위기를 일으키는 등 역풍을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2년 대선국면에서 여중생 사망으로 인한 촛불시위 등 반미정서가 젊은 세대가 노무현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원인의 하나로 작용한 것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다.

 

세대별 다른 정보취득 채널

 

세대균열이 부활하는 보다 구조적인 이유로 주목해야 할 점은 세대별로 정보취득 채널이 과거와는 크게 다르게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지방선거 관련 정보를 어디서 가장 많이 얻는가에 관한 질문에 대해 20대는 56.4%, 30대 39.2%, 40대 29.2%로 인터넷이 가장 중요한 정보 취득 경로라고 대답한 것에 비해, 50대와 60대 이상은 TV가 각각 40.5%, 38.8%, 신문 17.0%, 31.8% 순으로 중요한 정보 취득 경로라고 대답한 반면, 인터넷은 50대 19.6%. 60대 이상 8.2%에 불과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사회네트워크인 트위터를 통한 젊은 층 투표독려 현상이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는데 조사결과에서도 20대와 30대의 경우 인터넷 매체에서 네티즌 의견을 관심 있게 보았다는 대답이 높은 반면 나이가 들수록 네티즌 의견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낮았다.

 

요약하면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주로 신문, 방송 등 올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기 때문에, 이러한 매체의 프레임과 성향이 구세대의 정치적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젊은 세대는 주류 신문과 방송에 대한 정보 의존율이 매우 낮고, 인터넷 매체와 커뮤니티 등 뉴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경향을 가진다. 따라서 올드미디어가 젊은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진보적 성향이 강한 인터넷 미디어와 토론방이 젊은 세대의 정치적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대균열과 한국정치의 미래

 

우려되는 안보인식의 양극화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세대균열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인가? 세대균열이 한국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세대사이의 태도와 인식의 격차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세대격차가 주요한 정치균열로 등장하고 선거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세대균열의 효과와 지속여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천안함 사건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외교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안보의식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국가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여야를 넘어 초당적 협력을 해나가는 경향을 가지는데 비해, 한국의 경우에는 천안함 침몰 조사와 대응정책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사이에 상이한 시각을 가지고 갈등과 대립이 나타나고 있고, 일반국민 사이에서도 세대별, 지지정당별로 현격한 태도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점은 안보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매우 걱정스런 상황이라고 보인다.

 

정부여당, 젊은 세대와 통하라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예상외의 참패로 인해 정부여당은 향후 국정운영에서 상당한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선거로 자신감을 회복한 야당이 공세적으로 정부여당을 견제할 경우,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유지하는데 난항을 겪을 것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세대균열이 유지된다면 정부여당으로서는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의 상당수가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70%이상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결과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에 관해 인터넷에서 떠도는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천안함 사건에 관한 정보와 조사결과를 과감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젊은 세대가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주요 정책의 내용을 반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와 독선적 추진 방식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여당으로서는 향후 국정운영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존중하고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의 사회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활용하여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세대정치의 부활, 민주당의 부활?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등 주요 선거에서 한나라당에게 참패를 당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추세가 반전되었기 때문에 차기 총선과 대선에도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잃었던 젊은 세대의 지지기반을 이번 선거를 통해 회복할 수 있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러나 한국정치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하면 세대균열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반복될지는 불확실하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젊은 세대의 민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민주당에 대한 긍정적 평가 때문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과 견제심리로 인한 반사이익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모호한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취약한 리더십을 정비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민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세력에 머물지 않고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제1 야당의 태도를 보이라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또 다른 민심이고, 이러한 민심에 어떻게 응답하는가에 따라 민주당의 미래가 달려있다.■

6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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