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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라크 전, 아프가니스탄 전 등 대테러 전쟁의 후유증과 미증유의 경제 위기 속에서 취임한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와는 다른 세계전략을 가지고 국제적 현안들에 대처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전후 역사상 최초로 비자민당 정권인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내정치 및 외교안보정책에 있어서 여러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하였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유독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은 조화로운 세계의 실현을 꿈꾸면서 지역적 강대국을 넘어 지구적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강성대국을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후계정권으로의 권력승계를 추진해야 하는 실정이다. 세계와 동아시아 지역 질서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의 기류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결정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결정적 순간을 앞두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미증유의 경제위기 이후 약간의 초조함 속에서 진행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세계외교, ‘조화’와 ‘우애’라는 독특한 슬로건 속에서 진행되는 동아시아 지역 내 중국과 일본의 외교적 각축, 그리고 북한의 후계정권으로의 권한이행 등으로 인해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 한반도의 변화 가능성이라는 역사적 현실을 한국은 어떻게 인식할 것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안정적인 동아시아 질서의 정착과 관련한 정세분석과 미래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제주평화연구원(JPI)은 200 9년 9월 11일 금요일 PJ호텔 카라디움 홀에서 국내의 저명한 학자 및 전문가들을 모시고 『동아시아 평화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총 3개의 세션으로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6명의 발표자들과 지정토론자들이 동아시아 안보 문제에 대한 첫 번째 세션과 북한 문제에 대한 두 번째 세션에서 발표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세션은 모든 발표자 및 토론자들을 포함한 16명의 EAI 패널 위원들이 함께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정치•경제학 분야에서 저명한 미국•중국•일본•북한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아시아 평화’와 관련한 당면과제들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집중적으로 논의함으로써, 향후 한국의 외교안보 국가전략에 대한 복합적인 분석과 정책적 함의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제1세션: 동아시아 안보: 동맹변환과 지역협력

 

사회자: 김병국

 

발제자: 이동선, 이원덕, 이동률

 

토 론: 마상윤, 박영준, 이내영, 전재성, 한석희

 

동아시아 평화 컨퍼런스의 첫 번째 세션에서는 김병국 고려대 교수의 사회로 미국, 일본, 중국 3개국의 동아시아 지역 전략에 대한 토의가 진행되었다. 이동선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 이후 미국 안보전략의 변화와 연속성을 분석하였고, 이원덕 교수는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주의 전략에 대한 소개와 평가를, 이동률 교수는 2020년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였다.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 국가의 안보 전략이 동시에 소개됨으로써 주변국 정세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토대로 한국이 수립해야 할 안보 대전략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발표 1 (이동선): “미국안보전략의 변화와 전망”

 

미국이 세계질서에서 차지하는 독보적 위치로 인해 미국의 안보전략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본 논문에서는 미국의 안보전략이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어떻게 변화되어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한다. 미국은 탈냉전기 동안 1) 민주주의 확산과 가치동맹의 실현, 2) 경제적 유대관계의 증대, 3) 국제제도 확충, 4) 군사적 우위 확보라는 네 개의 개별 안보실행전략을 추진해왔다.

 

현 오바마 행정부 역시 위 네 가지 실행전략을 추진하지만 실행전략의 배합방식에 있어 이전 부시 행정부와 차별성을 보인다. 민주주의 확산과 군사력 사용을 강조했던 부시 행정부와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네 가지 실행전략간의 ‘균형’을 강조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안보전략의 특징은 ‘절제된 방위’와 ‘적극적인 외교’로 요약된다 즉, 군사력 사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지만 독자적인 무력의 사용은 가급적 자제할 것이며, 민주주의의 확산과 가치동맹의 확대를 추구하는 데 있어도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동시에 국제제도와 경제 원조 등의 자유주의적 외교정책 수단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자유주의적 가치를 신봉하는 대통령 및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정책선호 역시 이러한 ‘적극적 외교’ 전략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전략은 부시 2기의 정책과 표면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기간 동안 ‘변화’를 표방했던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안보정책의 전면적 변화가 아닌 점진적인 조정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미국이 당면한 구조적 제약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라는 당면한 안보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국내적 경기침체를 극복해야 하는 두 가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사용 가능한 정책수단도 많이 제약된 상태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구조적 제약을 직시하고 단기적으로 전략적 절제를 추구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각지로부터의 제한적 철수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주의적 정책기조를 근간으로 국제제도와 경제협력 등 자유주의적 전략수단의 사용을 가능한 늘려가며 세계정치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발표 2 (이원덕): 일본의 지역주의 전략과 ‘동아시아 공동체’

 

이 논문에서는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어떠한 정책적 고려를 가지고 지역 만들기를 하는지를 살펴 보고자 한다. 지역주의란 어떤 복수의 정치단위가 지리적 근접성을 기본으로 하여 국가를 뛰어넘는 새로운 지역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일컫는 말이며, 따라서 지역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전략을 가지고 형성하고 구성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 만들기’라고 표현하였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추진하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기부터이다. 그 이전 일본은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추구하기 보다는 미국과 아시아를 동시에 끌어안으려는 아태지역주의형성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APEC 창설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1997년 12월 출범됨 최초의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ASEAN Plus Three: APT)가 시작된 이래로 일본은 APT의 정례화•제도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1997년 금융위기 당시 300억 달러를 아시아 국가들에게 제공하는 ‘신 미야자와 구상’을 발표하고, 800억 규모의 자금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2000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형성에 결정적 도움을 주는 등 동아시아 지역주의 형성 과정에 많은 역할을 하였다. 또한 통상분야에서도 1998년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 및 세계 각 지역의 허브지역과 FTA를 추진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형성 정책에는 결정적인 제약과 한계가 있다.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주의 전략은 동아시아의 지역 형성 자체에 목적을 두었다기 보다는 중국에 대한 견제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주의 전략은 중국과의 지역 리더십 경쟁이라는 요소가 강하며, 특히 2000년 초부터 진행된 중국의 대 동남아 지역 공세에 대한 대응적 성격을 가진다. 또한 일본은 금융, 통상, 투자 분야에 있어서는 동아시아 지역통합에 적극적이지만 안정보장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일동맹이 핵심인 기존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은 동아시아 지역 형성정책이 기존의 대미기축 외교노선과 상치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미일안보체제를 더욱 심화시켜 미국과의 군사적 일체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지역주의 전략은 동아시아 지역주의가 목표가 아니라 대중정책, 대미정책의 수단으로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최근 일본 민주당 정부의 수립으로 인한 동아시아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일본의 대외정책이 대미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비록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공약이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의 연설문에서 아시아 중시 외교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민주당이 동아시아 공동체 수립을 강조하면서 동북아 비핵지대 추진을 논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선거과정의 레토릭을 넘어 이러한 정책을 실제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발표 3 (이동률): “중국 2020 국가전략을 통한 미래 전망”

 

본 논문은 중국의 2020 국가전략을 전망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졌다. 중국 내에서는 건국100주년이 되는 2050년을 중국 부상의 종착점으로 설정하여 국가전략을 다시 짜려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2020년의 중국을 전망하는 것은 창당 100주년이자 개혁개방 30주년이 되는 2020년에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인한 문제점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따라 2050년의 중국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엄청난 경제성장, 경제 체제의 개혁, 정치 개혁 없는 정치적 안정 유지라는 성과를 가져왔지만 그와 동시에 소득분배, 삼농문제, 실업문제, 체제 정체성 문제 등 과제도 함께 야기하였다. 중국 내부에서 국가전략을 다시 수립하려는 논의가 등장하게 된 것은 중국 부상이라는 목표를 완성하고, 중국 위협론에 대한 우려를 불식함과 동시에 이러한 경제 성장에 따른 과제를 해결하고 종합적 발전을 추구할 구체적인 국가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국가전략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내적으로는 국민적 합의와 통합을 추구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책임지는 강대국으로의 평화적 부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래지향적이라기 보다는 사후 대응적인 경향이 있고, 정치적 수사나 슬로건에 미칠 뿐, 구체적인 체제개혁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20년의 중국의 모습을 예측해보면, 2020년에도 중국의 부상은 대세이고 지속될 것이나, 앞으로 10년 안에 성장과정에서 파생된 과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개발 도상국으로서의 과제를 안고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가 될 것이다. 개도국의 정체성을 그대로 가진 새로운 강대국이 중국이 맞이하게 될 미래인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이를 과도기적인 잡종현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중국은 한편으로 이러한 이중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의 신분을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기 때문에 개도국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이것을 신흥대국의 새로운 모형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중국이 단지 단기적으로 이익을 쫓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점점 이러한 이중적 정체성을 이용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중국은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계속)

 


 

사 회

김병국 (고려대학교)
오   준 (외교통상부 다자협력조정관)
하영선 (서울대학교)

 

발 표

이동률 (동덕여자대학교)
이동선 (고려대학교)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이원덕 (국민대학교)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한인택 (이화여자대학교/제주평화연구원)

 

토 론

고봉준 (제주평화연구원)
곽준혁 (고려대학교)
김상준 (연세대학교)
남기정 (서울대학교)
마상윤 (가톨릭대학교)
박영준 (국방대학교)
심흥수 (경남대학교)
이내영 (고려대학교)

이동률 (동덕여자대학교)

이동선 (고려대학교)

이숙종 (동아시아연구원) 
이용욱 (고려대학교) 
이원덕 (국민대학교)

이태환 (세종연구소)
장   훈 (중앙대학교)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전승훈 (통일연구원)

전재성 (서울대학교)
조동호 (이화여자대학교)
조양현 (외교안보연구원)
차두현 (국방연구원)
한석희 (연세대학교)
한인택 (이화여자대학교/제주평화연구원)

황지환 (명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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